오늘 아침은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바람도 많이 불어 겨울이 다가온 것을 실감합니다.

아침에 찾은 봉제산 숲길도 떨어진 낙엽들로 수북이 덮여 있습니다.

노랗게 물들어 떨어져 쌓여 있는 솔잎 위를 운동화로 걷는데,

발바닥의 느낌이 그리 좋을 수 없습니다.

바람 부는 날에도 숲은 조용합니다.

숲은 쉬이 바람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보이지 않은 문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오늘처럼 드센 바람에도 봉제숲이 조용할 리 없습니다.

꼭 필요한 무리의 바람만 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들의 모습이 역력합니다.

수목학자들은 나뭇잎이 지는 것을 영양 소모의 절감효과와, 

나무 아래 천적을 퇴치하려는 자기보호 본능의 작용이라고 주장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추운겨울 추위에 떨 나무 아래 생물들의 보호를 위해,

착한 나무들이 하는 숲속의 따뜻한 이불짓기 아닐까요.

아파트 차가운 아스팔트 위로 기어나온 지렁이 한 마리를 나무가지로

들어올려 화단으로 돌려보내 주었습니다.

청솔모가 추워서인지 나무사이를 분주히 뛰어다닙니다.

지난 가을 집에서 키우다 숲에 놓아준 장수풍뎅이도 겨울잠을 준비하겠지요.

추운 겨울 봉제숲의 식구들이 모두 무사하여 따듯한 봄날에 재회하기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