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2011학년도 대학입학 수학능력 시험일이었습니다.

봉혜와 나 사이에 태어난 둘째 아들 이 황이 응시를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물으니 글쎄 나만 푸욱 잠을 잤다는 것입니다.

당사자인 이 황이도 봉혜도 새벽까지 잠을 설쳤다는 것입니다.

시험을 당신이 치느냐며 아침부터 봉혜로부터 핀잔을 들었습니다.

6시 40분, 산을 등지고 서 있는 남동구 소재의 동인천고등학교로 향했습니다.

출근시간을 늦춰서인지 대공원 순환도로가 막히지 않아 수월하게 도착했습니다. 

시험장으로 걸어가는 황이의 뒷모습이 대견스럽습니다.

이 학교는 3년 전에 첫째 아들 이 활이가 수능을 보았던 바로 그 장소입니다.

3년이 마치 어제 같습니다.

시험을 끝내고 경사진 길을 힘차게 걸어나오던 활이 얼굴이 떠오릅니다.

봉혜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는 오늘 이황이가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시험 치르는 사실이 기쁩니다.

이것은 내달 8일에 발표될 아들의 성적과는 무관한 일입니다.

봉혜와 내가 두 아들을 낳아 대학시험을 치르기까지 탈없이 키웠다는 감사에 벅찹니다.

앞으로의 일은 두 아들의 몫이라는 점을 나는 누누이 강조해 왔습니다.

대학교 입학 등록금까지만 지원하는 것이 나와 봉혜의 몫인 것입니다.  

오늘 아침 조간신문들이 수능난이도 분석과 답안해설, 입시전문가 논평으로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외신마저 관심이 큽니다. 1982년, 대입시험장에 가지 못하고 조흥은행 중곡동지점

창문을 때리던 눈발을 침묵으로 바라보다, 이른 봄 비오던 날 서둘러 군으로 

가고 말았던 아픈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황이가 내주부터 있을 그의 고교시절 마지막 기말시험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인생의 첫 시험을 탈없이 치른 아들에게 힘찬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