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밤이 깊어 갑니다. 밤하늘 별과 반달이 차가운 눈빛으로 떠 있고,

어디론가 쏜살같은 빛을 끊임없이 보내고 있습니다.

적막한 밤 빛들은 어디로 향하고 또 어느 곳에서 만나는 것일까요.

저녁을 먹고 8시에 있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축구경기를 시청했습니다. 

매력적인 눈매의 박진희 씨가 나오는 에스비에스 특집드라마

'자이언트' 54회분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늦은 밤 추위에도 경비아저씨가 재활용 분리에 땀흘리고 있습니다

고르고 다져 놓은 화단의 흙들이 달빛에 쪄놓은 고운 떡가루 같고,

수능시험을 이틀 앞둔 황이는 마지막 스파트를 하고 있습니다.

그제 나는 사무실을 나와 오후 시간 대부분을 화단 정리하며 보냈습니다.

바람 불고 날씨 흐리면 체질적으로 맥 못추고 일욕심 없이 보내는 습관이 있는데,

배수공사로 파헤쳐진 화단고르기는 한나절을 보내기에 즐거운 일입니다.

아파트를 신축하며 골자재를 화단에 묻는 우리나라 건설사들의 관행을 알기에

은근히 기다렸던 일이기도 했습니다.

경비초소에서 쇠스랑을 빌려 묻힌 돌들과 아직 진이 남아있을 법한 쪼개진 아스팔트며,

골자재를 캐내고 작은 돌맹이도 일궜습니다. 족히 두 시간이 걸린 듯 합니다.

리어카 한 대 분은 될 것입니다. 뒤켠으로 날라 놓은 돌무더기가 일찍 떠나보내야 했던 

커다란 눈망울의 아기 동생 무덤 같습니다.

별빛에 누운 화단을 바라보니 곱습니다. 흙이 시루떡의 고슬고슬한 팥고물 같습니다.

화단에 사는 지렁이 개미들도 포근히 잠든 듯 합니다. 

달빛도 안심하고 하늘에서 내려와 쉬고 있습니다.

공사중에 뿌리를 다친 백목련이 내년 봄 탈없이 새하얀 꽃을 피웠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