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작고 다리가 짧은 내가 축구를 좋아해, 조기축구를 시작한 지도 20년이 넘었습니다.

오십을 앞 둔 나이에도 많은 비와 큰 눈이 아니라면 일요일 아침에 꼭 축구를 합니다. 

어제는 연수구 축구연합회장기 시합이 있었습니다.

30대와 40대 그리고 50대 팀으로 나뉘는데 나는 50대팀 소속입니다.

지난 주 40대 팀이 1회전에서 탈락을 했고, 30대 팀 또한 불안한 전력이라 50대 팀에 거는

회원들의 기대가 매우 큽니다. 

하루 전 창덕궁 소풍길 차 안에서 감독으로부터 선발 출전 연락을 받았습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발 출전 발표는 아니지만,

13명 엔트리에 드는 선발 출전의 소식은 반갑기 그지없는 것입니다.

가족들의 관심은 별로이지만 말입니다.

나보다 몇 살 아래이지만 감독님의 당부를 귀에 새기고, 그 날 일찍 잠을 청한 뒤

아침에는 대장을 가볍게 비웠으며, 위에도 부담이 가지 않도록 우유 한 잔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했습니다.

그리고는 학교 운동장의 홍시를 두 개 따서 나눠먹고, 10시 첫 게임에 임했지요. 

제가 두 골에 도움 하나를 기록했어요. 칭찬이 자자했어요.

오늘 뛰는 것처럼 인생도 그렇게 플레이하면 여러 골 터질 거라고들 했어요. 

상대 팀이 선수 부족으로 9명이 뛰게 된 두 번째 게임도 내리 이겨, 

내주 오전 11시에 결승전을 치릅니다. 결승에 오른 상대 팀은 홍학머시기입니다.

늘 한 방이 있는 팀이라 긴장을 거둘 수 없습니다.

공포의 백발과 민첩하고 힘이 좋은 선수들이 여럿 포진해 있고,

교체선수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러보면 내 또래들이 축구를 가장 좋아하는 나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공 하나면 충분하고 재미있었던 추억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도 소풍날을 기다려 친구들과 용돈을 모아 고무로 된 축구공을 샀던 기억이 뚜렷합니다.

축구를 취미로 삼는 사람들은 축구로부터 달아나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곤 합니다.

환갑잔치를 조기축구장에서 하신 분도 있었을 정도니까요.

푸짐한 음식을 운동장에 차려놓고, 추억거리 삼아 물구나무를 선 채 팔굽혀펴기를 했는데,

무척 부러웠습니다. 그 분은 칠십까지 조기축구를 하는 것이 건강목표라고 하시더군요.

요즘 저는 무료하지 않습니다.

21년을 시청했던 아나로그티브이를 1년 전 디지털로 바꾸고, 스카이안테나도 달았어요.

영국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UEFA 챔피언스를 보려고 말입니다.

물론 아내 봉혜와의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귀가하면 심심하지가 않습니다. 이래도 될런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