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타나스의 넓은 잎들이 가는 계절을 아쉬워 하는 듯 거리를 덮고 있습니다.

달리는 차바퀴에 매달리거나 간간히 지나가는 자전거 바퀴살에 칭얼대기도 합니다.

미화원 아저씨들이 군데군데 담아놓은 낙엽포대가 늦가을 들녘의 벼낱단 같습니다.

모아진 낙엽이 요긴하게 쓰인다니 끝까지 쓸모를 다하는 모습에 숙연해지기까지 합니다.

요즘은 해가 일찍 집니다. 해는 오후 6시면 봉제산을 넘어 서해로 사라지고 없습니다.

그래서 황이와 스피드민턴을 치려면 4시 30분엔 사무실을 나서야 가능합니다.

저녁 7시쯤 현관문을 들어서자 수북히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분리수거를 기다리는 재활용품들입니다.

분리수거가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는 데 가장 모범이 될 제도가 이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유료 쓰레기봉투 도입 당시 가해지던 날선 비판의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총선고배의 원인이 되기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고 제도를 도입한 전 김중위 환경부장관,  

평민이 된 그 분을 언젠가 거리에서 뵈었을 때 나는 감사를 표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 나는 오래된 흰 와이셔츠 한 개와 저녁이면 하나씩 마신 250밀리 하이트맥주 캔들,

살오른 꼬막무침에 고소한 한방울의 맛까지도 아낌없이 비운 참기름병,

과일맛이 식지 않도록 감쌌던 플라스틱, 황이의 수능낙서 가득한 종이들까지

보름달 아래 가득히 비웠습니다.

비우고 돌아서니 기분이 좋습니다.

나의 마음도 분리수거에 비우고 돌아설 걸 그랬습니다. 

내주 월요일에 비울 것을 담을 커다란 종이주머니가 버려지지 않고 따라 들어옵니다.

나는 분리수거의 대상만이라도 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