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기온이 차갑습니다. 활엽수들의 잎이 크고 노랗게 물들고, 하나 둘

아스팔트 위로 지고 있습니다.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낙엽 쓰는 빗질에도 진한

가을소리가 묻어납니다.   

오늘 아침은 봉제산 산책 대신 집주변과 공원을 산책

하고 돌아왔습니다. 공원은 오늘 아침 10시부터 진행될

가을잔치 준비로 부산하네요. 

맛! 

사람이 맛에 빠지면 죽는다는 것을 그리 늦지 않게 알게 된 것이

저에게는 다행입니다. 파리가 꿀맛에 빠지면 결국 그 꿀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 듯,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권력의 맛에 빠지면 참 나를 찾지 못하게 됩니다. 

사람이 돈 맛에 빠지고, 사람이 고기맛(살맞)에 빠져도 그렇습니다.

여기에는 성직자도 예술인도 어른도 아이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요즘 살 맛에 빠져 패가망신하고 죽는 사람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 살 맛을 보고자 하는 데는 인륜이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살갗만 맞보지만 나중엔 살 속 깊이 맞보자고 하다 결국엔 죽습니다.

나 또한 그 맛보자는 짐승의 성질이 남아 있지 않다고 어찌 부인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 맛보자는 인생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일인지를 알아,

경계할 수 있게 된 것이 저에게는 너무도 다행한 일입니다. 

그래서 진리의 하나님은 사람이 세상을 뜰 때, 

이 맛들을 모두 두고 떠나게 하시나 봅니다.

오늘 우리 마을 잔치에도 개미0가 비린 것에 모여들고, 파리가 피냄새에 춤추 듯,  

큰 자든 작은 자든 그 맛을 보고자 모여들 것입니다.

기회를 잡아 선택의 폭을 좁게 하고 분별없는 분노의 표로 권력을 잡은 자들과,

세금으로 마을잔치를 팔아 지역유지 행세를 이어가고자 하는 붉은 개미들의 떼가,

순진한 어른들과 아이들과 생각없는 아줌마들을 춤추게 하겠지요.

정말 멀었습니다, 우리나라. 어쩌다가 이리 되었습니까.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오늘 단행합니다.

그것은 수능시험이 채 한 달이 남지않은 고3  이황이가 공부맛에 빠지지말라고

지 어미 봉혜와 함께 창덕궁 후원으로 소풍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요즘 이황이는 아침에 일어나면 수험공부 대신 헨리 데이빗 소로의 '월든 호수가'를 다시 읽고 있습니다.

소로우가 살았던 '콩고드 강'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사뭇 걱정도 됩니다. 

창덕궁 후원의 소풍은 후일담으로 남겨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