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무척 추워졌습니다. 완연한 가을을 느낍니다.

오스트리아의 짤츠부르크 감마굿에도 지금쯤 가을은 깊어가겠지요.

아침이면 찾는 봉제산에도 단풍이 들고, 나뭇잎이 하나 둘 지고 있습니다.

이번엔 고추에 대해 적어볼까 합니다.

밥상에 오르는 고추가 아니라 이불 속 그 고추에 대해섭니다. 

사실은 어제 아내 봉혜가 산부인과를 다녀왔습니다.

예정된 생리가 근 보름 나타나지 않아 수심이 깊었는데, 더 세밀한 진찰을

받아봐야 알겠지만, 대강은 여성갱년기에 들었다고 합니다.

다른 여자들에 비해 봉혜가 빠른 것 같은데 봉혜를 잘 아는 나로서는 이해가 갑니다.

봉혜는 진찰 결과에 대해 시무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빼먹지 않고 나를 향해 던진 말이 있습니다.

당신의 고추는 그동안 그 역할과 기능을 충실히 다했으므로 탯줄이 삭아 뚝 떨어지 듯

이제 당신의 고추도 한눈 팔지 말고 수명을 다해야 한다고.

그래서인지 아침 산책길에 유난히 고추밭에 눈길이 갔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고추의 일생을 생각했습니다.

요즘 이불 속 고추를 잘못 놀려 패가망신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지혜자들에 따르면 가능한한 식색을 일찍 줄이고 끊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신체적 본능과 부부애를 위해 애걸하면 한 달에 한 번은 치렀는데..

이제는 정말 아주 끊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진리이면 가고 진리가 아니면 가지 않겠다고 봉혜가 밥상을 차려줄 때마다 약속했는데,

봉혜의 고추에 대한 생각과 발언은 지혜서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지혜서 중용(20장)에는 군자란 참소를 버리고 색욕을 멀리한다고 써 있습니다.

잠에 들어 꿈도 꾸지 않는 밤, 그 시각에 너는 어디에 있었는가?

너는 누구인가? 

아, 제발 뚝 떨어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