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11시에 황이의 둘째 아들 황이의 병훈련소 퇴소식이 있었습니다.

전날 봉혜는 황이가 좋아하는 과자와 과일을 시장 보아, 

아침엔 주문한 닭튀김과 김밥을 찾아 백마부대 신병 육대대로 향했습니다.

서울외곽 순환고속도로가 생기고,남북경협을 위해 만든 도라산역까지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 덕분에,일산읍 고봉산 넘어의 신교대까지

한시간이 채 소요되지 않았습니다.

그때와 달리 사단 정문에서 신교대로 이어지는 황토 날리던 고갯길에

주택과 상가가 즐비합니다. 걸어서 40분 걸렸던 길이 차로 10분에 와닿습니다.

아, 28년 전의 신교대가 추억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싸리울타리가 견고한 벽돌담으로 변하고, 숭숭 구멍뚫린 블록으로 지은 

몇 개의 남은 슬레이트 지붕 막사는 창고로 쓰이고 있습니다. 

수도와 의무대 자리에는 육중한 5층 높이의 현대식 내무반이,

식당과 목욕탕이 있던 남쪽 언덕으로는 교회예배당이 들어서고,

부대정문 옆 단팥빵 PX도 그리로 옮겨 군인 복지센터의 명찰을 달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쪽 언덕의 행정실은 옛모양 그대로인 듯 합니다.

저곳에서 전역을 앞둔 야구선수 출신 군인이 해질 무렵 투구 연습을 하고,

권투선수 출신의 군인이 힘차게 샌드백을 두들겼지요.

어디로들 갔을까요. 그 때 그 전우들.

지금쯤 어디메서 살고 있는 걸까요.

비가 오면 늘 섹스가 생각나 괴로워하던 눈매 작은 조교도,

잠들기 전 누군가를 상대로 옆차기와 돌려차기를 시원히 갈긴 후

숙면을 취하던 키 작은 성악전공 내무반장도.

황이의 퇴소식에서 28년 전의 나를 봅니다. 황이 내무반에 그 날의 내가 있습니다.

시간은 흘러가기만 하는 걸까요. 

봉혜와 나의 아들 황이가 늠름한 군인이 되어 있습니다.

생각해 보나마나 이건 내 인생의 또 하나의 기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