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나는 열흘이 넘도록 일기를 쓰지 못했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댄다 한들 흘러버린 시간들이 그저 아쉽기만 하다.

아직 쌀쌀한 날씨라며 몸은 아침산책을 완강히 거부하니

벌써 버릇된 탓이리라.

이 아침에도 봄이 피어나고 있을 봉제산에 오르지 못하고 만다.

다행히 책을 펼치니 책 속의 스승께서 이런 말씀을 들려 주신다.

우리 몸뚱이란 땅에서 꾸어온 것이요 빚진 것이다.

시간, 공간 빚진 것을 마지막에 털어버리는 것이 송장되어 눕는 거다.

시간, 공간에 빚진 속박에서 벗어나는 거다.

우리가 죽을 것을 겁내는 것도 알고 보면 그런 빚이 있어서다.

빚(몸)을 갚고 원대한 하나님께 참례하면 군색할 것 하나 없다.

원대한 하나에 합쳐지는 것은 온전하게 되는 것,

예수가 아버지의 온전하심 같이 너희도 온전하라 하지 않으셨던가.

이 제나(自我)란 빚덩어리, 짐승이라 못난 놈이다.

비웃을 수밖에, 체념할 수밖에 없고, 이 틀(몸)을 벗기 전에는 못난 것인데, 

잘난 체 하는 이가 있다면 참으로 비웃음을 당할 못난 사람이다.

나여, 어찌 그 못난 이로 아직 살고 계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