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봄비가 내리고 아파트 화단의 산수유가 새색시 젖망울같이 

꽃망울을 터트렸다. 꽃망울이 지난 해보다 다섯 배나 많이 나왔다.

우리 집은 1층이라 샛노란 꽃이 선명히 보이며

봄비에 젖은 산수유가 청초롭기 그지없다. 참 고맙고 감사하다.

요즘 내 책상엔 햇빛에 열일곱 권의 책이 쌓여 있는데

왠일인지 줄지는 않고 쌓이기만 한다. 독서를 게을리한 탓이다.

봉혜의 눈치에도 눈에 띄는 책을 사들인다.  

얼마 전 구입한 태국의 아짠 차 스님의 수행서는 시작도 않고 그대로다. 

아침에 열어 보니 스님의 가르침이 눈에 띈다.

아짠 차 스님의 가르침은 한마디로 놓아버림(放下着)이다.

행복이든 불행이든 기쁨이든 슬픔이든 선이든 악이든 다 놓아 버리라 하신다.

우리가 놓지 못하는 건 대상에 대한 집착 때문.

모든 현상들은 항상 변하는 불확실한 것임을 알지 못할 때 집착과 고통이 따르니,

일체를 놓아 버려 법마저도 놓아 버리면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하신다.

또한 현실이나 타인을 자기가 바라는 대로 바꾸려 들지 말라 하신다.

아짠 차 스님의 수행 핵심은 법을 지금 이 순간 우리의 몸과 마음 안에서 지켜보는 것이다.

보이는 것 , 들리는 것, 냄새 나는 것, 맛있는 것, 접촉하는 것, 생각나는 것 등.

살면서 부딪치는 온갖 경계에서 그 본성인 무상, 고, 무아를 꿰뚫어 보아

실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내면의 평화와 자유를 발견하게 된다고.

법이 곧 붓다이므로 누구든지 몸과 마음 안에서 법을 보는 순간,

살아 있는 붓다를 친견하는 것이라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