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음 조지 맥도널드(1824.12.10~1905.9.18) 선집을 읽고 있습니다.

이 선집은 20세기 최고의 기독교 사상가의 한 사람인 C.S. 루이스가

선별하여 엮은 것인데, 간결하고 묵직하며 예리함을 갖춘 표현들에는

맥도널드의 지혜와 거룩함이라 부를 만한 광채가 어려있습니다.

그는 목사직에서 쫓겨나 결핵을 앓고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며,

11명의 자녀 가운데 네 명을 병으로 잃고 아내마저 먼저 보내는 슬픔을

겪은 뒤에는 말문을 닫은 채 침묵 속에 지냈던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글에 그리스도인을 향한 이런 글이 쓰여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비루한 그리스도인들이며 여전히 그런 상태에 머물고 있다.

그리스도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바라보기 때문이고, 우리 자신의 흙투성이 발이 남긴

자국들과 더럽혀진 옷의 자취를 응시하기 때문이다.

각 사람이 주님의 발자국을 짓밟아 지워 버리고는, 그 자리에 생겨난 자기 발자국을

주님의 것이라 부르며, 이웃의 발자국이 그것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살피고 나선다.

구질구질한 피조물만이 저지를 수 있는 구질구질한 잘못을 범한 후, 그것 때문에

자신이 더럽혀졌다고 수치스러워하며, 친구와 자녀, 일하는 아랫사람들 앞에서 탄식한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 된다. 잘못에 합당한 고백과 배상을 한 뒤, 자신의 하찮은 자아와

그것이 자초한 수치를 반성하며, 눈을 들어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 영광만이 우리 안에 있는 참사람을 소생시키고, 우리가 '자아' 라는 대단히 잘못된

이름으로 부르는 시시한 피조물을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