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장님, 며칠 전 백마부대 신병교육대대로 훈련입소한 이 황의 아비되는 사람입니다.

저는 1983년 4월 입대하여 9사단 28연대 전투지원중대에서 1985년 10월 31일까지

30개월 11일을 복무하고, 병장으로 전역을 하였지요.

저의 주특기는 4.2인치박격포 사격계산병(FDC)이었습니다.

지금도 꿈을 꾸면 나의 젊은 땀이 배어 있는 28연대(도깨비부대) 연병장과

산비탈의 내무반, 지금은 그 이름들 잊었지만 파주, 금촌, 문산의

작전지역을  찾아가곤 합니다.

사단장님, 어제 이 황의 외삼촌이며 처남이기도 한 김병장과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처남은 제대 무렵에 나의 후임병으로 들어왔는데 그게 인연이 되어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훈련병 이 황의 어머니가 되었지요.

사단장님, 1월 10일자에 기쁨과 아린 마음으로 의정부의 306보충대에서

둘째 아들 황이와 함께한 입소식 말미 군가를 부를적에

혹시나 하여 그 노래 "아느냐 그 이름 백마부대 용사들 ~" 뇌리를 스쳤는데,

집에 돌아와 마음 허전하여 며칠을 서성일 때에

백마부대 입소예정 소식과 옛이야기처럼 황이의 옷이 군사우편에 실려왔습니다. 

아, 28년 전 제가 입소해 가슴 벅찬 군인이 되었던 그 훈련소라니요.

그렇게 백마부대가 28년이 지나 또 저를 찾아오다니요. 무슨 인연에서 일까요. 

사단장님, 저의 당시 사단장은 이필섭 장군이었습니다.

합참의장을 끝으로 전역하셨는데 기독신앙이 깊고, 먼발치의 저를 기억해 준 덕장이셨지요. 

사단 앞 계단에서 찍은 전역기념 사진에는 저를 불러 곁에 둔 사진이 있어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사단장님, 황이가 28연대 전투지원중대로 배치될 수 있을까요.

나와 나의 처남이 조국을 지키던 그 곳, 나의 하나님이 예비하신 아내를 만난 곳,

이젠 아들이 그리운 그 곳에서 군복무를 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그리하면 황이도 군생활을 더 잘하지 않을까요.  

사단장님, 불공평하거나 위법 요소가 없다면 검토를 요청드립니다.

봄이 오면 28연대 연병장에서 황이와 중대원들의 함성 속에 축구를 하고 싶습니다.

점심시간에 줄서서 배식도 기다리고, 침상에 누워도 보고, 중대 회식자리를 기다려,

인생은 - 조국은 - 젊음은 그런 것이라고 목청껏 한 곡조 뽑고도 싶습니다.

사단장님, 이 편지를 백마사단의 정훈장교가 전해준다지요.

내달에 학군장교로 임관할 저의 첫째 아들 이 활은 정훈병과를 배정받았습니다.

활이도 이왕이면 백마사단의 정훈장교가 되는 길이 혹 있을까요?

그렇게 되면 그야말로 우리 가족은 영원한 상승백마가족 되는 것이지요.

사단장님, 훗날 황이가 장가 들어 손주를 낳으면 나는 또다시

백마부대로 가거라 할 것을 약속하지요. 그리될 수 있음 참 좋겠습니다. 

모두가 나의 아들들이며 후배인 훈련병들의 건강과,

그들 모두에게 뜻 깊은 한 시절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 훈련병 이 황 아버지, 이성만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