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아, 잘 지내느냐.

네 형이 찾은 훈련소의 너의 사진 한 장을 보며 기쁘고 반가웠다.

낯설고 힘들지는 않느냐.

늘 그랬던 것처럼 너의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아버지는,

네가 대견하고 한편으로 그리웁고 보고싶기만 하구나.

아들 황아,

너를 의정부의 연병장에서 떠나 보낼 적에

몇 번이고 뒤돌아보며 멀어지던 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집으로 돌아오던 길, 너의 빈자리가 크기만 하여

네 엄마는 흐느끼고 나와 네 형은 말없이 차를 집으로 몰았구나.

저녁밥상 둘레에 네가 없는 적막함을 잊으려 

나는 너를 보낸 첫 밤을 너의 좁고 기다란 이불을 깔고 잠이 들었다.

황아, 아직 아침 잠을 못 이겨 하지는 않느냐.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너를 생각하고 너를 위해 하나님께 기도 드린다.

며칠 전 너의 사단장께 보내는 편지에도 썼다만

네가 입소한 그 곳은 아버지와 네 외삼촌이 훈련을 받았던 곳이다.

입소 첫날에 울리던 우렁찬 사단군악대의 연주며 훈련소의 연병장,

식당, 내무반, 수돗가, 피엑스 그리고 얕은 야산과 빙 둘러쳐진 나무 울타리까지,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아, 어쩜 28년이 지났음에도 말이다.

지금쯤 많이 바뀌었겠지.

한동안 아침에 꼼지락거리는 소리, 네 어머니의 밥짓는 소리를 듣지 못하겠지만

아들아, 활이의 동생 황이야, 지금의 시간들이 너의 세월 너의 시대를 준비하는 

멋진 시간들이기를 기도한다.

사랑한다 황아, 고맙구나 황아, 강하고 부드럽게 지내렴.

또 쓰마, 밉상 아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