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이가 어제 3센티미터 까까머리를 하고 군대를 갔습니다.

아침을 깨어보니 방 안에는 황이가 없네요.

나는 황이가 깔고 덮고 자던 이불로 어제밤 단잠을 잤건만

황이는 낯선 환경에서 잠을 설쳤겠지요.

어제 의정부 입영부대에서 간단한 입소식을 함께 마치고

저들만의 집결장소로 추운 연병장의 먼지를 휘날리며 멀어져 간,

황이의 뒷모습이 벌써 그리워 오네요.

봉혜는 군가를 부르는 입소식 말미부터 울기 시작했어요.

배 안에서 자라고, 낳아 키운 작은 아들이 어느 새인가 커서

대견하기도 했을 거고, 한편으론 못 다해 준 어미 사랑이 안쓰러웠겠지요.

참 어쩔 수가 없데요.

황이를 떠나보내기 전에 안아 볼 때에 소리없이 나도 눈물 흐르는 것을요.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황이 빈 자리가 느껴지는데,

봉혜는 또 울었고 나도 활이도 한동안 말없이 집으로 차를 몰았어요.

생각이 나네요. 1983년 4월 19일, 서울역에서 입영열차를 탔던 늦은 오후.

나는 어머님 아버님과 헤어지고 아버님은 돌아서며 우시기를 

집에 와서까지 우셨다는 것을....

어제는 나의 마음도 훌쩍 자란 하루였어요.

부모에게는 하나님 다음으로 자식을 두신 까닭과, 

자식에게는 하나님 마음을 부모 마음으로 가까이 두신 까닭을.

아침에 꼼지락 거리는 소리, 엄마의 밥짓는 소리를 한동안 듣지 못하겠지만, 

황이가 저만의 세월, 자신의 시대를 준비할 멋진 시간이 되기를.....

지금쯤 황이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입영 둘쨋날 일정을 첫 내무반에서 기다리고 있겠네요. 

사랑한다 황아. 고맙구나 황아. 황아 잘 다녀오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