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문고에 들렀다가 구입한 이정록 시인의 산문집

'시인의 서랍' 을 간간이 읽고 있습니다.

등단 20년만에 내놓은 그의 산문집에 박수갈채를 보냅니다. 

겨울밤 말랑말랑한 가래떡을 설탕에 찍어먹는 맛 같고, 

어린시절을 시골에서 자란지라 그의 산문은

푹 고아져 나온 잃어버린 옛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이정록 시인과 동갑인 내 동생의 산문집도

언젠가는 출간될 예정인데 기다려집니다.

산문에는 못난 형의 이야기도 살짝 나올 테지요.

나보다 늙어뵈는 이정록 시인의 산문 '훠어이 훠어이'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습니다. 

주主라는 한자는 어둠 속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는

형상을 그려놓은 상형문자이다.

세상 모든 존재는 그 자체가 모두 주이다.

나만 주이고 너는 변邊이고 환경環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나는 높고 너는 비천卑賤하다는 우월의식이 폭력을 낳는다.

어둠 속의 나를 환히 밝혀 저마다 숭고해지는 것,

그 숭고하고도 아름다운 것들이 서로서로 빛을 감싸며

순환하는 것, 그게 우주와 자연의 신비며 힘이다.

생명의 찬란함이다.

거기에 인간도 있고 벌레도 있고 흙도 있고 바다도 있다.

존재 자체가 이미 숭엄하기에 인간의 잣대로 나눈

높낮이와 경계는 애초 없는 헛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