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눈이 하늘에서 펄펄 내립니다.

서해안 바닷가에도 통일전망대를 지나 문산읍 임진각에도.

군에 가 있는 두 아들의 얼굴이 저 눈발 사이로 보입니다.

나와 어미를 닮은 두 아들은 무척이나 추위를 타는지라

지난 번 면회갔을 때 내피가 융모로 된 내복을 사주었건만,   

한파와 폭설이 예고된 올 해 겨울 녀석들이 더욱 그립습니다. 

저녁을 물리고 부대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파견지에서 무사히 부대 복귀를 했다네요.

둘째가 근무하고 있는 파주 문산은 눈이 많은 고장입니다. 

내가 군복무를 했던 28년 전에도 그랬으니까요.

겨울이면 벙어리장갑에 귀보호대를 하고선 연병장에 쌓이는 눈,

겨울진지에 내리며 날리던 눈, 눈발을 피해 들어간

지붕 주저앉은 어느 시골가게 원판 위의 따끈한 호빵.  

지금은 아파트와 공장들이 즐비하게 들어섰지만  그 때는

봉일천에서 일산 금촌 파주 문산으로 이어지는 산이며 들판은 

밤이면 매복을 나가야했던 너르고 아득한 전방이었드랬습니다.  

옛 이야기같이 하얀눈이 내립니다.

군시절에 인연이 되어 만난 봉혜와 눈을 바라보며 시절을 추억합니다. 

어제는 가고 내일도 가며 눈은 그림처럼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