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축구 시합으로 충혈된 두 눈을 비비며

책 한 권을 집어 들고 칫간에 앉으니 예수께서 가라사대,

"Be passerby (방랑하는 사람이 되라)." 하시네요..

제가 좋아하는 도마복음(에클레시아가 조직화되기 이전의 예수 운동의 모습) 

전체를 통틀어 대표적 구절 하나를 꼽으라면, 많은 주석가들처럼 

저 또한 이 로기온을 꼽을 것입니다. 

'방랑하는 자가 되라'는 이 명제는 예수운동에 참여한 도반들이

(예수를 포함해) 끊임없이 갈릴리 이 곳 저 곳을 방랑하던

견유학파적 카리스마들(Cynic itinerants)이었다는 사실과도 관련이 큽니다.

불교에도 '만행'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안주하는 보금자리를 만들지 않는 것인데,

세속적 가치에 집착을 버림은 스님들의 끊임없는 '이동'으로 나타납니다.

예수운동의 도반들에게도 무소유(재산포기), 무주택(집 없음), 무가정(가정포기)은

필수요건이었습니다. 여행을 위해 지갑이나 배낭, 신발(샌달)을 가지고

다닐 수도, 여벌의 속옷과 지팡이도 없었습니다.

뱀이 많은 지역에서 지팡이와 신발 없이 다닌다는 건 극도의 자기부정이자

고행이었습니다. '방랑'은 세계로부터의 떠남이 아니라 세사에 연루되지 않는

탈(脫) 앙가쥬망(disengagement)을 의미합니다.

탈앙가쥬망을 통해 새로운 앙가쥬망으로 진입하는 이유가

'자유의 획득'을 위한 거라고 말씀하는 이 아침,

나는야 스스로 깊은 世上事 앙가쥬망으로 걸어들어가고 있으니 

예수여 이 죄인을 구하여 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