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엔 힘차게 코 고는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지금 거실에는 함께 휴가를 나온 두 아들이 크로커다일처럼 잠을 자고 있습니다.

그 옆에는 두 아들의 휴가를 기다려 온 봉혜가 자고 있네요.

집은 두 아들의 숨소리로 차고 넘칩니다.

현관에는 두 청년의 신발들로 가득합니다.

기분이 참 좋습니다.

언제 저리 세월이 흘렀는가 싶습니다.  

장안동 사진관에서 백일사진을 찍던 날 울어대던 활이의 모습,

정신빌라 3층에서 뒤집기하던 황이 모습이 떠오릅니다.  

언제 저리 컸을까요.

봉혜와 나는 낳고 재우고 끼니를 이어주었을 뿐인데.

나는 자고 있는 머리 맡에서 두 아들의 머리며, 얼굴이며, 어깨며,

두 팔다리, 손가락 발가락 하나 하나 살펴보고 만져봅니다. 

오늘은 두 아들의 샤워하는 모습도 훔쳐보고,

숫컷 아비가 달아 준 고추는 튼실하느냐 묻기도 하렵니다.

하나님, 어머니 아버지 참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좋은 걸 보면 저도 어느새 가을속을 걷고 있나 봅니다.

창밖 벗나무의 잎들이 울긋불긋 단풍들었습니다.     

곧 겨울이 오면 저 잎들은 떨어지겠지만 아름답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