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내일부터는 12월 1일이니 겨울비라 하자.

겨울 문턱에서 차갑게 내리는 비는 걸어온 오십추를 돌아보게 한다.

퇴근하며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는 나의 문안 전화를 언제나 반갑게 받으신다.

별 이야기 없음에도 "어머니 저 퇴근합니다." 하면,

"그래 오늘도 애썼다. 조심해 들어가거라." 하신다

그런 어머니가 오늘은 족욕기를 사 보낸다고 하신다.

언제부턴가 안마의자를 사드리려 했으면서도 여태 못한 불효가 큰데,

어머니가 나의 족욕기를 되려 사 보내신다니.

"어머니 그거 비쌀텐데요."

"아니다 십이삼만 원이면 하더구나."

"그거 적은 돈 아니잖아요."

"아니다. 왠지 이걸 네게 사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간혹 병원으로 간병인들을 고객삼아 신발장수, 옷장수, 건강식품 등 

방물장수들이 드나들었다. 오늘은 족욕기를 들고 왔었나 보다.

아들 생각이 난 것일 게다.

나는 거절하지 못했다. 아니 부러 하지 않았다

나의 어머니의 기쁨일 듯 하여서.

기다려진다. 그 족욕기. 내일 모레면 집으로 도착할.

잠 들기 전 꼭 족욕을 하라고 당부하신다. 나는 아직 어머니의 아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