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욕의 유혹은 대단한 것이다.

사람들이 먹는 것에는 제법 사양하고 사리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색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인류가 이 시험을 당했고,

또 이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맛이 있음직해 남의 여자를 건드려 보고 남의 남자도 꾀어 본다.

이 맛에 사람이 빠지면 짐승만도 못하다. 짐승도 이 맛에 빠지지는 않는다.  

몇 번 맛보면 더 먹어볼 것이 없다고 해야 마땅한 일 아니겠는가.

버트란드 러셀은 호색에 탐닉하는 까닭이 황홀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황홀이 너무나 위대한 것이어서 몇 시간의 즐거움을 위해서는

남은 생애의 전부를 희생해도 좋다고 생각도 하였다니.

나의 스승들은 이와 같은 인생관을 지닌 사람을 쥐 같은 인생이라고 하셨다.

실제로 어떤 여인은 자식 하나 낳아보고는 다시 더 볼것이 없다 하고는

남편을 새 장가 보내고 자식을 낳지 않는 여인이 있는 반면,

군장성과의 불륜이 남편에 들켜 어제 밤 스스로 한강에 몸을 던진 주부도 있다. 

남녀의 정사로 고독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남녀의 정사가 황홀하다는 것도 스스로 속이는 일이다.

나의 경험에서도 그러하다. 섹스는 심연의 허무와 무거운 책임을 낳는다. 

별것 없는 그 맛을 자꾸 따라가 보아야 별 소득이 없음에도

늙어서까지 그 짓을 하려는 사람은 무엇이 되려 그러는가!

정사의 신비감이란 가짜 천국에 만족하는 탄트라교에 지나지 않는다.

꽤 똑똑한 사람일지라도 남녀문제에 얽히면 꼼짝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은 세상에서는 성공하여 영웅 칭호를 받을지 모르겠으나 

지구라는 도랑물을 흐리게 하는 미꾸라지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