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의 나이에도 나의 어머니는 간병 일을 하신다.

"말띠라서 집은 답답허고 병원에서 일을 하믄 동무들도 있어서 좋다." 그러신다.

그러나 그 일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오늘처럼 비 그친 늦가을 오후는 넘어져 다친 손목과, 

거의 닳아 없어진 연골 때문에 시린 두 무릎이 바늘로 쑤시 듯 콕콕

아플 텐데 나는 참 염치없는 아들이다 .

목월의 시를 읽다가 그의 시 한 편이 내 눈썹에 날아든다.

이맘 때 어머니는 들일을 나가거나 겨울땔감을 마련하러 두개의 큰바위가 문설주처럼 서 있는

문바우산에 올라, 갈퀴나무 한 짐 머리에 이고 어둑한 산길을 내려오셨다.

그 어둑어둑한 산길에서 아직도 나는 나의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들일을 나가시면 어머니는 언제나 늦으셨다.

마을 뒤로 돌아

길목에서 기다려도 기다려도

어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둑어둑 저무는 하늘에

금빛과 잿빛의 저녁 비둘기 산 비둘기.

눈물어린 눈에 한 줄기 이어오는

들건너

먼 마을의 불빛

산밑 마을의 불빛.

기다림에 지쳐

혼자 허전허전 집으로 돌아오면

잇따라 어머니가

거짓말처럼 오셨다.

-----배 고푸제 ?

서둘러 어머니가 밥을 지으시는

아궁이의 불빛

어른거리는 그림자, 밤그림자.                                 - 목월의 시, '산 비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