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무리 진 가을의 밤하늘이 고즈넉합니다.

사라진 것 모두가 어디에선가 살아서 이 밤을 쉬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어느 생물학자는 세상의 무엇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하는군요.

모든 것은 죽음 후에도 계속 살아간다는 것인데 

물론 재순환의 과정을 통해 다른 형태로 살아간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왜 인간만은 그토록 변하지 않는 개인의 정체성에 매달리는 것일까요.

생물학자의 말처럼 인간의 사후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것이어서, 지금의 나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넘어선 것일 수는 없는 걸까요.

만약 우리가 하나님의 신비와 창조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생물학자의 주장은 이성적으로만이 아니라 신학적으로도 타당하여 

우리의 생각의 지평을 넓혀야 할 대상이 아닐런지요.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눈으로 본 적이 없고 귀로도 들은 적 없으며,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일을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예비해 두셨다."고

말한 베드로가 생각나는 밤.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천국이 너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서

자기를 찾기 위해선 먼저 자기를 잃어야 된다고 하셨던,

예수의 말씀과도 모순되는 것은 아닐런지요.

나는 하나님 안에서 하나님은 내 안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살고 있는 내가,

몸이 죽어서는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요.

나는 또 무엇으로 그 분을 뵈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