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나는 닭고기와 탁주를 좋아했던 경허와, 글자없는 도장을 건네받아

만공의 법을 이은 덕숭산 혜암선사의 법어집을 구해 읽고 있습니다.

다는 이해하지 못하건만 그래도 혜암의 깨달음을 접할 수 있어 좋습니다.

책에 약간의 해석을 더했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

나 비록 선지식은 못 되나 불교의 경전을 두루 읽고자 함에는,

진리를 향한 내 생각의 폭과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입니다.

진리를 추구하는 자나, 종교의 지도자라면 특정 종교의 벽을 넘어

서로의 경전을 읽을 필요가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종교의 경전 속에는 진리의 말씀이 보석처럼 박혀 있기도 하지만

인간의 욕심이 교의 신학을 만들고, 종교에 의한, 종교를 위한,

진리 왜곡의 역사가 숨어있기 때문 입니다.

서로의 경전을 읽으며 진리를 향한 발발한 논의와 추구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내가 불교의 경전에 관심을 갖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그것은 예수보다 5백년 먼저 온 석가의 말씀이 예수의 말씀을 닮았고,

예수의 말씀은 석가의 말씀을 닮은 까닭을 알고 싶어서입니다.  

예수와 석가가 참나(불성의 나, 성령의 나)를 위하여 자신의 몸과 가정과

나라와 세상을 그야말로 헌 신짝처럼 내던져버린 그 까닭을

덕숭산 혜암은 이렇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불생불멸이 참 묘법인데 우리는 무한한 세상을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형상을 바꾸었던가.

그것은 일체 중생이 자기의 본래면목(불성)을 망각한 데 있다.

본래면목은 밝고 맑은데 번뇌와 망상 욕심에 덮여 청정한 마음을 가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음의 구르믈 벗겨 버리고 밝고 맑은 본래의 고향 달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눈이 있어 눈으로 아무리 보려고 해도 한 모양도 볼 수 없을 그 때에,

밝은 달은 나타나고 미움과 친함이 없어진 것이며,

비로서 생사를 면한 것이고 고해를 벗어난 것이다.

그리고 개인 개인의 그 신령스럽게 비치는 불성은 시방 세계를 통하여

눈에 보이는 색도 있고 귀에 들리는 소리도 있을 때, 두두에 항상 밝고 물물에 항상 나타난다.

눈에 보이는 색도 없고 귀에 들리는 소리도 없을 때에는 잠자코 있다가,

때를 당해 인연이 오면 오늘 이와 같이 이 법어집에 나타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 불성의 '참나' 는 세존(世尊) 곧 부처님과, 신성(神性) 곧 예수님의 골자요,

이 '나'를 떠나서는 밥도 먹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하며 일도 할 수 없다.

'나' 없이는 일체가 없고 '나'가 있기 때문에 일체가 있다.

나의 이 말을 대중은 한 번 일러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