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인천 연수구 동춘동의 거리와, 아담한 나의 사무실이 자리한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의 거리가, 연두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푸릅니다.

꽃을 피우며 계절을 유혹하던 나무들도 연한 푸른잎으로 갈아 입고, 

외로워 보이는 공원묘원에 생명의 녹음을 일렁이고 있습니다.

계절의 변화에 무디고 아침의 잠이 산책을 방해하리만치 내가 조급하다면,

그것은 나의 청춘과 건강이 지나가고 있음을 알라고

숲속의 현자가 일러주었건만, 나는 요즘 다른 곳에 눈이 팔려 있습니다.

문득 그리스의 델피 아폴로 신전의 현관 기둥에 새겨 있는 

소크라테스의 좌우명이자 저 희랍의 명문, '너 자신을 알라!' 가 떠오릅니다. 

이 신탁의 명문을 진리탐구로 심화시킨 소크라테스처럼

나 비록 맨발의 항군은 못할지라도,

시리도록 나뭇잎 푸르러져 가는 이 5월, 잊어버린 나를 찾아 함께 가자며 달래 봅니다. 

내가 나를 알지 못한다면 나는 나의 빈곤 속에 살게 되는 것,

그리하여 나는 빈곤의 그 자체가 되는 것을! 

곰곰히 생각하니 두렵고 떨려 옵니다.

언젠가 나도 나를 알아 꽃들 속에서 미소 짓고, 이 5월의 나무 사이에서

손 흔들고 계시는 나의 하나님을 뵐 수 있는 날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