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

아침부터 비는 내리고 내리는 빗방울이 웅덩이를 만나 동그라미를 그리고.

비내리는 날엔 나는 어디로 가야 하랴.

예쁘게 파머를 두른 동춘초교 소사아저씨가 몇 뿌리 캐어가라는,

들국화며 노루오줌을 캐기도 전에 비는 억수로 내리고.

나는 집에 돌아와 봉혜가 싸 준 두루마리 김밥을 먹으며,

서울의 금싸라기땅 조계사의 석가탄신 봉축행사를 라이브로 시청했다.

석가 붓다에게 저래도 되는지 모르겠다.

나와 같은 무지랭이 중생의 눈에도 저 행사가 조직적 행사 말고는 감격이 없는 걸.

석가는 저 자리에 계시는지 몰라.

화면에 비치는 저 어마어마한 금불상의 포로가 되어 대웅전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열린 옥문으로 사람 구경만 실컷 하고 계시는지 몰라.

화면이 답답하나 봐. 이곳 저곳을 비추어도 매해 같은 표정인

저 말쑥하게 차려 입은 옷들과 화장 사이로 부처의 빛이 휘어 있다. 

종정의 법어를 씹어보아도 아무래도 저기에는 석가가 없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얼른 다른 곳에 피하시었나,

이 비오는 날 저자거리에서 진짜 석가는 목놓아 울고 있다.

입으로는 너와 내가 부처요 미완의 여래라고 하면서 왜 저러나 싶다.

석가가 태어나 일곱 걸음 뒤, "천상천하 유아독존" 이라 외쳤다고

황금 동상에 물을 붓는다. 불자들아! 그게 그렇게 중요한 믿음인가?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시어서는 별도로 불교의 진리를 교시하기 위하여

그 세존 자신이 홀로 존귀하다는 말씀이 아니었을 것이다.

덕숭산 혜암은 부처의 진신사리도 숭배하지 않고, 상(相)을 취하지 않으면

저 성인(聖人)의 뜻에 부합하고, 일체의 상을 여의면 곧 부처라 하지 않았던가.

석가의 탄신을 기념할 것이 아니다. 기념할라면 석가가 죽음을 각오하고

진리를 깨달은 그 깨달음의 날을 기념하라. 그가 설한 진리를 기념하라.   

기독인들아, 진정으로 예수를 기념하려면 예수가 공생애를 시작한 그 광야의 날을

애타게 찾아 기념하라. 그 전한 진리를 기념하라. 

나는 오늘 이렇게 생각해 본다. 사람들은 석가를 너무 잘 다룬다고,

조직의 달인들이라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속고 속이며 잘 살아들 가신다고. 

석가도 사람을 무서워하실 성 싶다.

석가의 말씀보다 석가의 몸이 중요한 것이라면 그대에게 석가란 없다.

참조 : 운문선사께서는 "부처가 태어나 '천상천하 유아독존' 이라고 외치는 모습을

           내 그때 보았더라면, 한 방망이로 쳐 때려 죽여

          주린 개로 하여금 먹게 하야, 천하를 태평하게 했으리라."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