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영 선생이 옮긴 칼릴 지브란의 역저 '예언자'를 느리게 느리게 읽었드랬습니다.

칼릴 지브란의 시를 단순 사전적인 뜻이 아니라 메타포에 담긴 의미를

음미하는 방식으로 운문성을 부여해 독서의 리듬감을 살렸고,

<예언자>의 전체의 그림을 통일된 형상으로 읽을 수 있도록 우리말 번역을

진행한 노고가 짙게 배어납니다.

정창영 선생의 신학과 경전연구, 그의 천문정보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열정이 없었더라면 탄생할 수 없는 역서라고 생각합니다.

한 보람 간직하시고 두고 두고 애독되기를.

나는 여기 그의 후기를 적으며 고마움을 표하겠습니다.

칼릴 지브란은 <예언자>와 <사람의 아들 예수> 등 영어로 쓴 작품들의 성공에 힘입어,

그토록 갈망하던 경제적인 안정과 명예스러운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열매를 충분히 맛보기도 전에 49세라는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떠납니다.

영감의 창이 닫힌 답답한 심정과 간암의 고통을, 술로 달래다가

쓸쓸하게 안개로 돌아간 것입니다.

<예언자>가 상처받지 않고 고이 전해지도록 신이 그렇게 지브란을 데려간 것은 아닐까요?

<예언자>는 신이 부르신 노래인데 악기 역할을 했던 지브란이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기라도 한다면 신의 노래도 상처를 입을 테니까요.

지브란은 <예언자> 하나만으로도 이 땅에 왔던 미션을 충분히 수행했으니,

그렇게 갔다고 해도 그의 영혼은 이 땅의 여행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할 것입니다.

지브란이 죽고 난 이후 출판된 유고집 <예언자의 정원> 에는 그의 죽음을 예언하 듯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안개 속으로 걸어갔고 사라졌습니다.

그대들이 만약 자유롭기를 원한다면, 안개 속으로 들어가야만 합니다.

형태가 없는 것들은 형태를 취하려고 언제까지나 애쓸 것입니다.

무수한 성운조차 해가 되고 달이 되기를 원하는 것처럼,

그리하여 많은 것을 찾아 헤매다 지금 이 섬으로, 이 단단한 형태 속으로 돌아온 우리들은

다시 한 번 안개가 되어 시작을 배워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