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입니다. 기다리는 봄은 쉬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더 반갑습니다

앞마당에 지난 해 봄에 심어 놓은 다년생 화초가 살짝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지진으로 아픔을 당한 일본의 국민이며, 민주화를 외치며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

중동의 구릿빛 형제들이며, 이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에게, 저 가까이 우주에

사는 뭇별들에게도 봄맞이 인사를 전합니다. 다들 평안하기를, 기쁨 오르시기를.

나는 요즘 금강경을 손에서 놓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읽어 내려가고 있습니다.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해박한 지혜자의 설명에 그렇구나! 그렇구나! 하는

고백이 터져나올 때면 너무 즐겁고 기쁩니다.

만나게 되겠지요, 사랑하게 되겠지요, 언젠가는.

샤카 붓다가 수보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만약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의 칠보로써 보시한다면 이 사람이 얻을 복덕이 많다 하겠느냐?" 

이에 수보리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스승이여 정말 많습니다.

 스승께서 말씀하시는 이 복덕은 곧 복덕의 본성을 지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의 산상수훈에도 하늘에 네 보물을 쌓아두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하늘에 보물을 쌓아둔다 했을 때의 하늘은 저 푸른 구름 위가 아닐 것입니다.

그 구름 위는 싸늘하고 희박한 공기가 있을 뿐, 아마도 그 하늘이

샤카가 말한 대승의 마음 아닐까요? 

대승의 마음은 내가 베푼 복덕에 복덕이라는 실체성을 부여하지 않은 것을 말하는데,

복덕을 복덕으로 생각하지 않을 때만 복덕은 복덕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노자도 말하기를 함이 없음을 행하면 되지 않음이 없다고 했습니다.

예수가 네 오른손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보물 있는 그 곳에 네 마음도 있다고,

좀이나 동록이 해하지 못하게 네 보화를 하늘에 쌓아두라고 한 것도,

바로 이 대승의 마음이 아니었을까요?

보물을 오직 세속적인 향락을 위하여 쌓아둔다면 내 마음은 오직

그 세속적 향락과 함께 있을 뿐, 칠보공덕의 궁극적 효용도 보이는 물질세계의 풍요라기보다 

어떻게 인간이 인간답게 깨닫고 사느냐 하는, 형상을 넘어선 마음의 세계일 것입니다.

그 형상을 넘어선 마음의 세계가 '예수의 하늘' 이었음을 오늘사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