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니 조직에서 불거져 나오는 사람에 대한 생각이 머리 속을 맴돕니다.

근 28년간을 조직에서 생활하며 자유롭지 못했던 기억들이 꿈속에 등장한 것은

어제 저녁 먹은 전복반계탕의 소화불량 때문이었을까요.

마당을 나서니 꽃샘추위가 주춤한 틈을 타 새벽공기가 따스합니다.

뜨락의 앵두와 진달래꽃 꽃망울 부푸는 소리가 개미 숨소리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깊고 넓은 사고의 폭을 가진 사람은 조직이나 파벌에 속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대개가 견디지를 못합니다.

그 같은 사람은 어느 사이엔가 조직과 당파의 이해를 초월하여

한 차원 높은 사고를 하기 때문입니다.

조직과 파벌이라는 것은 고만고만한 도토리의 집합체, 작은 물고기의 무리와 같아서

사고방식까지도 조직의 틀 안에 가두어버립니다. 그러므로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하여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조직이라는 좁은 세계를

벗어나 넓은 차원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불교가 승단의 조직을 구비하게 되고 교리화되고 권위화되기 이전의,

싯달타 운동 모습을 전하고 있는 숫타니파타의 코뿔소 외뿔 구절을 나름 적어 봅니다.

어깨가 떡 벌어진 연꽃처럼 늠름한 거대한 코끼리가 그의 무리를 떠나

가고 싶은 대로 숲속을 노닐 듯, 저 광야를 가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홀로서 가라.

큰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렵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저 광야를 가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홀로서 가라.

서로 다투는 철학자들의 논쟁을 초월하고, 잘 보이기 위하여 자신을 가리지도 말고,

세상의 온갖 집착에서 벗어나, 진정한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발견하여,

이제 나에게는 지혜가 생겼다. 이제 누구에게도 이끌려가지 않으리라 다지면서,

그대 진정 '방랑하는 자(Be passersby)' 되라.

저 광야를 가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홀로서 가라.

# 코뿔소는 혼자서 걸어가는 수행자, 혼자서 깨달은 사람을 의미한다.

# 외뿔은 뿔이 하나이라서 인간세의 분별적 가치에 흔들리지 않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