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 전 인천 교보문고에 들러 법정이 서문을 쓰고 도올 김용옥 선생이

해석한 금강경 강해 2판 본(1999년)을 구입해 틈틈이 읽고 있습니다.

금강경은 불교서적 가운데서도 불교의 진미를 맛볼 수 있는 귀중한 책입니다.

아직 다는 이해를 못하지만 진리탐구 여행에 나선 나의 생각과 시야를 깊고 넓게 해줍니다.

읽을 때마다 봉혜와 내가 애를 써서 낳은 둘째 아들 황(滉)이 이름처럼, 

깊고 맑게 흐르는 강물을 느끼게 합니다. 그 깊이를 조금이나마 이 새벽에 적어 봅니다.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상대적 존재다. 부질없이 생겼다가 하염없이 꺼진다.

나도 오늘 왔다가 가는 길이다. 생겼다고 꺼져가는 새벽인생이다.

그래서 석가는 말하기를 일체의 유위법(有爲法, 상대존재)은 꿈이요, 

물거품이요, 그림자 같은 것이라고 하였다. 아침 이슬 같고 또 안개와 같은 것이다.

석가는 가지 않고 머물지 않는 절대존재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임금의 자리를 박차고 나와 서른 여섯에 석가가 찾은 절대존재는 니르바나(Nirvana)였다.

석가가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구하여 서른여섯에 찾은 진리의 깨달음이다.

그 찾음 니르바나를 석가는 40년을 한결같이 가르치고 니르바나에게로 돌아갔다.

석가는 니르바나(절대존재)가 사람에게 생명을 준 것이 있으니

그것을 다르마(Darma, 法, 불성)라고 불렀다. 불교에서 다르마는 니르바나와 같이

가고 오지 않는 절대생명을 뜻한다.

그러므로 석가의 가르침에서 불성의 나는 나는 것도 죽는 것도 아니다.

석가가 제자들에게 죽으면서 나는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았다고 한 것은 그 뜻이다.

40년을 한결같이 니르바나를 가르쳤으나 한마디 말도 않았다고

강변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불자라면 석가가 싫어했던 절집과 불상의 기적을 바라는 마음보다

니르바나를 찾아야 한다. 생사의 제한을 받는 마음마저 벗어버릴 것은

벗어버리고 멸거해야 하지 않는가.

그것이 석가의 가르침을 따르는 최소한의 도리요 길이 아니겠는가

그래야 내 속에 있는 불성의 나를 비로소 알 수 있지 않겠는가.

부처마저 똥막대기라는 간화선은 줄줄 외우면서,

왜 진리에게서 정작 멀리들 있는 것인가.

내가 아는 니르바나는 절대라 없는 곳이 없다.

그러므로 갈 곳이 없고 올 곳도 없다.

따라서 머무를 곳도 없다. 無去無來亦無住이다.

니르바나가 죽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