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최고 경전의 하나로 신뢰받고 사랑받는 금강경에는

석가 붓다의 이런 고백이 실려 있습니다.

나는 윤회의 굴레를 계속하는 헤아릴 수 없고 셀 수도 없는

많은 중생을 구원하려고 하였다. 아니 ! 나는 구원하였다.

나는 그들과 더불어 웃고 울고, 같이 위로하고 애통해 하고,

모든 방편을 동원하여 가르치고 또 동고동락하였다.

나는 그들이 그들의 윤회의 굴레의 아픔을 벗어버릴 수 있도록

멸도(滅度)의 길을 열어주었다.

그런데 나 붓다의 실존적 깨달음은 멸도의 길을 열어주었다고 하는

자비행에 있지 아니하였다.

나는 깨달았다. 내가 멸도의 길을 열어 준, 그 '열음'의 혜택을

입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을 !

실로 나는 아무도 아무도 멸도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아무도 구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 구원을 받아야 할 자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자비의 삶은 무의미한 것이었는가?

죽도록 열심히 산 나의 버거로운 삶의 수고는 헛짓이었나?

그렇다 ! 그것은 제법무아(諸法無我)였다.

나의 인식 속에서 전면 부정되어야 할 사태였다.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었을 때, 불타의 포효는 바로 이것이었다고

금강경이 적어 놓고 있습니다. 깊고 넓은 울림이 전해 옵니다.

나는 없다 ! 그 나가 없다고 외치고 있는 붓다라는 我 조차도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고 있었습니다. 불타가 다시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

제법(諸法, 모든 존재)은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