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산을 올랐다.

살짝 안개에 싸인 봉제산이 볼록한 배처럼 부풀어 있다.

빵 ! 터질 태세다.

덩달아 꽃들도 터질 태세다.

야생 산수유가 맨 먼저 노오란 꽃을 피웠다.

연분홍 진달래는 봉혜의 어느 젊은 날 젖망울 같이

외투를 벗을 태세다.

정말 봄이 왔다.

기다리던 봉제산 위에 솔개도 떠 있다.

내일 모레 암수 꿩 우는 소리 들리겠다.

먼 곳을 여행하든, 뜨락의 석류와 뒤뜰의 라일락을 관찰하든,

우리는 단지 우리 자신을 기록할 수 있을 뿐,

단순하고 수수한 일에서 나의 할 일을 발견하고

즐거움을 구해야겠다.

유럽이나 아시아를 방랑하며 이것 저것 많은 것들을

피상적으로 보고 듣기보다는, 내가 사는 봉제산의 변화를

이 아침 관찰하는 것이 더없이 소중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