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장대 끝에 올라가 걸어간다(竿頭進步)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장대를 짚고 높이뛰기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석상(石霜)스님이 이르기를 "백 자(百尺)의 대나무 장대를 세워놓은 끝에 올라서서

어떻게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은가.", 또 고덕(古德)스님이 이르기를

"백 자의 대나무 장대 끝에서 걸어가야 온 우주에 가득 찬 전체의 나가

나타난다." 고 했습니다.

사람이 백척간두에 어떻게 올라서며 또 어떻게 걸어갈 수 있겠습니까.

백척간두로 걸어가면 사람이 공중을 나는 재주가 없는 이상 

아래로 떨어져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말을 한 때가 오늘날의 비행기를 상상도 못하던 1천 년 전의 말씀입니다.

백척간두에 서서 걸어가는 결심으로 에고를 버리라는 말씀 아니겠습니까.

방하착 (放下着) 하라는 진리의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하트마 간디가 이르기를 "죽음 안에 승리가 있다, 나를 버리는 것은 참된 기쁨이다,

에고(ego)가 죽을 때 참 나(soul)가 깨어난다."고 하였습니다.

백척간두에서 떨어져 죽는 것은 개체의 나인 자아(自我)이고,

온 우주에 가득찬 전체의 나가 나타나는 것은 참 나(성령의 나)를 두고 하신 말씀입니다.

우리가 바랄 일은 모든 사람이 자아로 죽고 참 나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이것은 진리를 추구하는 종교요 종교인이라면 하등의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명제입니다.

나는 석상과 고덕이 백척간두에 서서 걸어가라는 말씀은, 산을 명하여 여기서 저기로

옮기라고 말한 예수의 말씀과도 같은 뜻이라고 오늘 아침에야 읽게 되었습니다.

멸망의 생명인 자아에서 영원한 생명인 참 나로 옮기는 일은 백척간두를 걸어가는 일입니다.

분명 산을 들어 옮기는 일과도 같을 것입니다 . 세속적 주체와 영적 주체가 하나가

되었을 때는 높은 차원의 권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수의 말대로 실제 반산도 가능할 것입니다.

이것은 성불(成佛)이며 예수와 같은 아이덴티티(identity)를 획득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