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지촉(龍潭紙燭)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선사 용담이 종이로 만든 초롱이라는 말입니다.

중국에는 무슨 까닭이 있는지 모르지만, 인문지리상으로 형이하에 강한

공맹(孔孟)이 북쪽 사람이고, 형이상에 강한 노장(老莊)은

남쪽 사람입니다. 불교에서도 북쪽에는 교종(敎宗)이 성한데 반해 

남쪽에는 선종(禪宗)이 성하였습니다.

옛날 북쪽 교종에서 금강경소(金剛經疎)를 지어 널리 알려진 선사( 禪師) 덕산(德山)이,

남쪽의 선종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는 자신이 지은 금강경소를 짊어지고

남쪽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마침 점심때가 되어 떡 파는 가게에 들렀는데

떡 파는 노파가 덕산이 지고 온 것을 보고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덕산은 "내가 지은 금강경소요."라고 자랑스럽게 대답하자,

노파가 "그러면 스님,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하면 떡을 공양하겠습니다." 하고는

다음과 같이 물었습니다. 덕산은 금강경에 대해 묻는다 하니 자신이 만만하였습니다.

"금강경에 과거심불가득(過去心不可得), 현재심불가득(現在心不可得),

미래심불가득(未來心不可得)이라 했는데,스님은 점심(點心)하겠다니

어느 마음(心)에 점點) 찍으시렵니까?

그 말에 덕산은 입을 열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노파가 알려준 대로

용담사에 머물고 있는 용담 숭신(崇信)에게로 갔습니다.

그 날 용담을 만난 덕산은 방장(方丈)에서 시간이 흐르는 줄 잊고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밤이 늦어서야 덕산이 자기가 잘 처소로 가려고 일어났습니다.

문을 열고 나오니 밖은 캄캄하여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어

방안으로 다시 들어왔습니다.

그러자 용담이 종이로 만든 초롱에 불을 켜서 덕산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덕산이 초롱을 들고 문 밖으로 나서서 걸어가려고 발을 떼자,

순간 뒤에 섰던 용담이 초롱의 촛불을 훅 불어서 꺼버리니 캄캄해졌습니다.

그때 덕산이 깨달음을 얻고 용담에게 큰절을 하였다 합니다.

여기서 촛불은 몸나(ego)를 상징합니다. 캄캄한 흑암은 전체(whole)를 상징합니다.

몸나의 촛불을 꺼버리고 전체 속에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샤카 붓다의 깨달음이요 가르침입니다. 사람들은 언젠가는 꺼질 불인데

꺼뜨리지 않으려고 전전긍긍 안절부절입니다. 그 촛불은 남이 불어서 꺼줄 수 없으니

오직 자신이 꺼야 합니다. 나는 이 밤 촛불을 끌 수 있을지를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