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집에는 황이도 활이도 없습니다. 둘 다 외가에 가 있습니다.

크지 않은 평수의 아파트이지만 둘이 없어 집은 텅 빈 느낌입니다.

정말 활이 황이가 장가 들어 우리의 둥지를 떠나면 큰 일이기도 합니다.

적적해서 어찌 살아야하나 벌써부터 밀려옵니다. 이젠 빨리 안컸으면 좋겠습니다.

어떨 때는 너무 쌀쌀맞기도 하고, 스킨십에는 통 관심없는 봉혜 비위를

나홀로 어찌 맞춰야 하나? 무언가 봉혜와 함께 할 취미생활을

생각해 보는 아침입니다. 봉제산을 오르려다 인터넷을 켜니 어젯밤

봉혜 권유로 시청한 고교생 분신기사가 일면에 떠 있습니다.

사실 나는 어제 그 스토리를 시청하면서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내신성적에 비해 수능성적이 오르지 않는 그 틈새에서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학교성적과 수능성적이 별개라니요.

시험당국은 크게 반성해야 할 대목입니다.

봉혜와 나는 황이에게 일 년의 시간을 허락해주었습니다.

황이의 경우도 그와 다르지 않았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황이에게 언젠가 책상머리에 봉혜가 붙여 놓은 글귀가 눈에 들어옵니다.

학생을 둔 부모라면 귀담아 두어도 좋을 듯 합니다.

샤카 밑에서 수행을 하던 소오나는 아무리 애를 써도 공부에 진전이 없자

마음이 초조해졌습니다. 그때 샤카가 그를 불러 물었습니다.

"출가하기 전에 거문고를 잘 탔었다지?

 네가 거문고를 탈 때 그 줄을 너무 죄면 어떻더냐?"

"소리가 잘 나지 않았습니다."

"줄을 늦추었을 때는 어떻더냐?" 그때도 소리가 잘 나지 않았습니다."

"그럼 어떤 때 소리가 잘 나더냐?" 

"너무 늦추거나 죄지 않고 알맞았을 때만 맑고 아름다운 소리가 났습니다."

"그렇다. 너의 공부도 마찬가지다.

 정진할 때 너무 조급하면 들뜨게 되고, 너무 느리면 게으르게 된다.

 그러므로 알맞게 하여 거기에 집착하거나 방일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