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들러 주문해 놓은 마조도일 선사의 어록집을 찾아 왔다.

용인 화곡산 화엄정사에 주석하며 출재가 선객들을 지도하고 있는 원오(圓悟)스님이

지난 해 겨울 해설한 역해서인데 벌써부터 큰 도움이 될 듯하다.

마조(709~788)스님이 깨우친 인연에는 남악 회양(677~744)스님이 계신다.

마침 좌선하고 있던 마조의 근기를 알아보시고는

벽돌을 들어, 갈아서 거울을 만들려고 대답한 바로 그 스님이다.

이에 앞서 육조(六祖 : 638~713)스님이 회양스님에게 말하기를,

"인도의 반야다라가 예언하기를 그대의 발 아래서 망아지 한 마리가 나와서

세상 사람들을 밟아버리리라 하셨다 했는데,

마조를 두고 한 말이었을 것이다."

회양은 마조에게 이르기를, 생성이나 파괴, 모임과 흩어짐으로

도를 보는 자는 도를 보는 것이 아니라며

그의 게송을 다음과 같이 들려주었다.

심지는 모든 종자를 머금어

촉촉한 비를 만나면 어김없이 싹튼다.

삼매의 꽃은 모습 없는데 무엇이 파괴되고 또 무엇이 이루어지랴.

남악회양의 덕분에 깨우치게 되어 마음이 초연해진 마조는

10년을 시봉하면서 그 경지가 날로 더하였는데,

마조가 깨달음을 읊은 게송이 이러하였다.

마음 바탕을 때에 따라 말하니 보리도 역시 그러할 뿐이라네.

현상이나 이치에 모두 걸릴 것 없으니

나는 그 자리가 나지 않는 자리라네.

마음이 부처임을 확실히 알아야 공이다 색이다 걸림 없이

이사무애법계(理事無碍法界)에 노닐며, 배 고프면 밥 먹고 잠이 오면 자면서

일체가 유심인줄 알게 된다는 것이다.

한 생각이 일어나고 사라짐을 잘 관하여 이곳에도 저곳에도 머물지 않으며

옷도 입고, 손님도 맞고, 말도 하고, 글도 쓰면서

이 모든 것이 내 마음의 소현(所現)임을 알아 마음을 순숙(純熟)하여,

스스로 맑혀 나가면 부처의 씨앗을 기르는 것이라는.

인연이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 대로 걸림없이 지내니,

자연이나 인연이나 업연이나 오고 감에 걸림이 없으니,

무엇이 더 필요하다는 말씀이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