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수가 갈릴리에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헬레니즘문명권의 사람이었으며,

페니키아문명의 전통속에서 활동한 아시아대륙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그리고는 미켈란젤로가 그린 이태리 미남형의 털보 남자로 생각하고 있거나,

아니면 서구라파 전통속에 있는 전형적인 서양사람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예수 말씀도 그 본래적 의미를 동양적 사고에서는 생각하지 못하고,

서구적 신비주의 문화의 맥락에서 해석하는 한계가 뚜렷하다.

이것은 서양주석가들의 분명한 한계이기도 하고, 서양신학에 기대어 살아온

우리나라 기독교의 학문적 설교적 풍토이기도 하다.

성경을 읽다보면 나로서는 도대체 알 수 없는 예수의 말씀을 만나곤 하였다.

명쾌하게 해석하는 이도 속시원하게 설교하는 이도 만날 수 없을 때 그 답답함이 컸다.

그러나 나는 그 답답함을 풀어주는 스승들을 요즈음 다양한 책 속에서 만나 가고 있다.

그들은 분명 죽지 않고 살아서 나를 가르치고 있다.

그것은 돈이나 권력으로 도저히 살 수 없는 행복의 가도이기도 하다.

그 중의 하나가 고린도전서 2장 9절의 말씀이다.

사도바울은 성경의 4복음서가 쓰여지기 이전에 죽은 사람이라 바울의 메세지는

4복음서와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바울이 '기록된 바' 라고 하여 인용한 이 구절은

"하나님께서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하여 예비하신 모든 것은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도 듣지 못하고, 사람의 마음으로도 생각지 못하였다."

함과 같다고 기록하고 있다.

노자의 도덕경 14장에는 이런 말씀이 기록되어 있다.

"보아도 보이지 않는 것을 이름하여 이(夷)라 하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 것을

이름하여 희(夷)라 하고, 만져도 만져지지 않는 것을 이름하여 미(微)라 한다.

이, 희, 미, 이 셋은 꼬치꼬치 캐물을 수 없다.

그러므로 뭉뚱그려 하나로 삼는다. 그 위는 밝지 아니하고 그 아래는 어둡지 아니하다.

이어지고 또 이어지는데 이름할 수 없도다. 다시 물체 없는 데로 돌아가니,

이를 일컬어 모습 없는 모습이요, 물체 없는 형상이라 한다."

놀라웁게도 예수의 말과 노자의 말은 일맥상통하고 있다. 그 순서도 순서이지만

노자의 말이 예수에게는 '사람의 마음으로 떠오르지 아니한 것'으로 표현되었다.

두 분 모두 인간의 개념인 언어인식의 한계를 초월하고 계시다.

그러기 때문에 그것은 하나(the one)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진리의 하나님은 곧 전체인 것이다.

그 하나는 모습 없는 모습이요, 물체 없는 형상이다.

모습은 모습이되 모습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경지를 노자는 홀황(惚恍)이라 했다.

우리말의 황홀이라는 말도 바로 여기에서 나왔다.

예수는 고린도전서에서 진리를 추구하는 자들에게 이 황홀의 경지를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구의 핵심은 나라는 존재의 욕망을 부정하는 것이다.

욕망의 부정은 욕망의 근절이 아니라,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만져지는 것,

마음속에 통상적으로 생각되어지는 것들에 대한 집념을 버리고,

보이지 않는 것을 욕망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욕망하고,

만져지지 않는 것을 욕망하는 것이다. 어찌 세속의 형상에만 집착하는 자들을

예수 믿는 자라 말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