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가는 곳 인천이 이틀째 태풍 '메아리'의 영향권에 들어 있습니다.

봉혜의 말처럼 우리말을 단 태풍일수록 더욱 강력한가 봅니다.

13명의 사망실종자를 낳은 '피의자 메아리'가 황해로 달아나고 있건만

여전히 인천 앞바다의 파도는 높고 비가 내립니다.

그 와중에도 어제의 나는 연수구청장배 축구시합을 했습니다.

온몸이 비에 젖고 뿌연 안경 너머로 축구공과 물방울이 혼전을 거듭한 끝에 

준우승에 그친 아쉬운 경기였지만, 27년 전 9사단 28연대의 그 연병장으로

나를 데려다 준 추억 같은 게임이었습니다.

푸른 비의 무게를 안고 잠든 탓일까요.

나는 평소와는 다른 꿈을 꾸었습니다.

조각가 로댕은 그의 작품 '생각하는 사람' 에게서 무엇을 생각나게 한 것일까요.

혹, 나서 죽는 사람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 것이 아닐까요.

우리보다 먼저 나서 살다 간 다석 류영모 선생님이 이러한 말씀을 하였습니다.

"이 세상 밝은 날에 오래 사는 것이 좋은 줄만 알고 있다가,

얼(성령)의 소식을 알고 보면 이 세상에서 사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영원한 곳으로 가 보았으면 좋겠다."  

우리로서는 이 세상에 태어나 함부로 죽을 수 없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잘 모릅니다. 남이 하는 몸짓을 보고 따라 하듯 

오늘의 나도 남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흉내내고 있습니다.

이 삶은 그렇게 흉내만 내고 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생각하면서도.

깊이 느끼고 깊이 생각하여 마음을 비우고 마음을 밝게 하면,

내 마음속에도 깨닫게 되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내 목숨을 키우고 내 생명을 키워가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이것이 나의 삶의 알맹이일 것입니다.

내가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잠을 자는 것도 꿈을 꾸는 것도, 

다 나의 참 목숨을 키우기 위해 있는 것.

비 내리는 오늘의 오후에도 하나님의 뜻은 하나님이 이루시는 것이오니,

나는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