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그치고 감자 찌는 듯한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겨우리만치 길었던 장맛비가 금세 그리워지는 2011년 7월의 여름은, 

어느 새 흰머리 듬성듬성 돋아나는 내 중년의 머리칼처럼 

그렇게 무심히 희긋희끗 흐르고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간사한 것이라서 진리로부터 한눈을 파는 사이,

일주일이 지나고 돌아보니 나는 한편의 일기도 쓰지 못한 채,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버린 이 게으름과 미련함을 어찌해야 하나요.

어제 저녁 서울역 그릴에서 팥빙수 한 그릇 잠깐 비우며 읽은 말씀들이,

뇌리에서 사라지기 전에 적어 두어야겠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이 아침에 말이지요.

주님이신 하나님은 나의 맞은 편에 있는 무엇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하나님이 아주 가까이 계심을 깨닫지 못하고,

마치 그분을 멀리 떨어져 있는 분으로 생각하여 대부분

이원상대주의에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하나님은 목청껏 부르짖어야 듣고,

반드시 함께 모여서 해야 기뻐하시며, 물심양면 온 몸을 던져야 고개를

끄덕이시는 분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또 그래야 건물교회가 그물망처럼 조직되고 유지되어 금화를

모으는 좋은 방편이라, 묵인하고 그렇게들

가르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상대적 존재가 아니므로 이원상대적으로 파악될 수는 없습니다.

내가 하나님을 생각함과 동시에 하나님이 나와 접심되는 경험에 비추어 보면 

하나님은 저 멀리서 거리를 두고 우릴 지켜보는 분이 아니라, 

가도와키 가기치의 표현처럼 하나님이 내재적으로 초월한다고 말하면

어느 정도 진실에 접근할는지 모릅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하나님이 우리를 내포하면서

우리 안에 내재하신다고 말하고,

아우구스티누스는 하나님의 친근성을 하나님은 내가 나 자신에게

가까운 것보다 더 가까이 계시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내가 나 자신의 중심인 것보다 더 심오하게 나의 중심이십니다.  

그러므로 내가 모든 집착을 참으로 방하(放下)한다면, 나의 그 중심이

나 자신보다도 나에게 더 가까운 것으로 현전할 것입니다

선의 용어로 말하자면 내가 대사일번(大死一番)의 경지에 이를수록

하나님과 나는 부즉불리요, 하나님의 소망은 나의 소망이고 나의 소망은

하나님의 소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수의 가르침도 이 진실을 말씀하기 위함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아침에 즐거운 잠자리가 왔다 갔다 내 주위를 맴돕니다

오늘 이 아침을 나에게 열어주시고 나와 함께 오늘도 생활하실 

나의 하나님께 이 바람 한줄기, 잠자리 친구 한 마리 보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