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아, 며칠 전 숲속에서 들려온 너의 목소리 반가웠다.

지역신문 경인일보에 너희들이 줄지어 헌혈하는 모습이 실렸더구나. 

어지럽지는 않느냐? 훈련이 3주째로 접어드니 나도 너의 엄마도 맘이 놓여가고,

너를 볼 날에 마음이 설레인다.

활아, 월요일은 너의 할아버지 16주기였다.

삼촌도 숙모도 고모들도 함께 모여 검소하게 예를 갖추었다.

그래도 꺼내놓은 영정사진을 보니 그립더구나. 내 아버지가 말이다.

숫놈이란 그렇게 서로를 그리워하는가 보다.

활아, 이어지는 장마에 야전훈련이 덜할 성싶다. 내무교육이 많겠다만 

얼마 전 해병대 사고소식을 접하고서 나도 충격이 매우 컸다.

그렇게 강하고 의리 좋으리라 여긴 해병대가 그 지경이 되도록 방치되었다니,

나도 일말의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구나.

활아, 나라를 지킨다는 것은 바른 생각, 바른 마음, 바른 용기에서 나오는 법이다.

정신교육이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하고, 흐트러진 군인정신을 맑게 하는 효소다.

너는 교육학도이기도 하니 정훈장교로 임관하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어쩌면 기회가 그리로 닿지 않겠느냐.

이 아비도 군생활을 하면서 힘들고 모진 고참을 만나 어려움이 많았다.

군대는 그 사람의 속이 드러나는 곳이다. 해병대 사고의 공모자로 구속기소된

정 이병의 경우는 독실한 신학도였다니 더욱 가슴이 아파오는구나.

드러나는 속을 인정하고 몸과 마음을 진주처럼 갈고 닦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활아, 아비는 네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쩍 자라, 놀라기도 하고

너무 너무 좋아서 펄쩍 펄쩍 뛰기도 한다.

지금도 부비부비 하고 싶어 꿈에 너에게로 달려가건만 너는 응해주지 않는구나.

너의 이성친구라면 그렇지 않겠지?

사랑한다. 봉혜와 나의 아들 활아!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용기 잃지 말거라. 진리의 하나님은 틀림없이 너와 함께 계시고,

그 하나님은 이 아비의 아버지이기도 하시다. 나의 기도를 졸지 않고 들으시는 분이므로 

나는 늘 너를 위해 기도한다.

활아, 혹 너에게 도움이 될까하여 8월 중순 이후로 인천의 법무법인에서

인턴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다. 네가 좋다면 그리 하려무나.

비가 오는 날에도 저 구름위의 태양은 변함없이 빛나고 있음을 잊지 마렴.

어두운 밤은 태양을 등진 지구의 그림자일 뿐이다.

2천억계의 은하계가 모여있는 이 우주를 벗어나면 또 무엇이 있을까 궁금하지 않느냐.

잘 자라 우리 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