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가장 순수한 서정시인이며 사상성을 시에 훌륭하게 간직했던 

시인 백석(1912~1995)의 작품들은 한 시대의 슬픔을 가난과 고독 속에서

발음하고 기록한 천하의 명음(名吟)이며 절창이다

백석은 문학을 생의 업으로 삼으며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그의 시대를 살았다

보이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고, 자연스레 일생을 살아가며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었다.

그래서 백석의 시는 과시적이지 않다.

당대의 현학적이며 외래적 시풍을 과감히 배격하여, 관념적이고 공허한

동시대의 들뜬 낭만적인 시들을 부끄럽게 한다.

일본의 천재 시인 다꾸보꾸도 백석의 시 앞에서는 그 빛을 잃는다.  

가난한 이웃에도 따뜻한 정을 잃지 않았다. 식민지 상황의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안일을 구하지 않고,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생의 대부분을 가난에

시달렸지만, 고난의 아픔을 아름다운 우리말 시로 승화시켰다.

자그마한 벌레와 이름 없는 풀 한 포기도 친구처럼 노래하고,

오리조차도 친근해 하루 종일 기다렸다는 백석. 

어느 항구의 주막집 병든 처녀의 모습에도 눈물이 흘러 

그의 곁에는 사랑한 여인 자야도 란도 있었나 보다.   

나비 소리에 같이 꺽꺽 소리를 지르며, 버섯 밑에서 벌과 나비와 

살고 싶다던 백석. 그는 만주에서나 고향에서도 농사를 지으며 살았는데,

그래서 백석의 시에는 바람이 불고 구름이 떠 있고

시냇물이 흐르고 달이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