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내가 좋아하는 천상병의 오래 전 시집을 꺼내어 읽고 있습니다.

그의 시들을 읽으면 힘이 나고 마음에 큰 위로가 됩니다.

그는 분명 하늘과 땅과 그 사이에서 살아가는 인생의 깊은 뜻을 천착한 분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토록 쉽고 아름다운 언어로 이 세상과

저 하늘의 다리를 눈물나게 이어놓을 수 있었을까요.

이제는 그의 짝 순옥 씨도 죽어 인사동의 그 찻집이 문을 닫았다지요.

하늘로 돌아간 그의 시를 누구든 읽으면 눈물 속에서도 용기가 샘솟을 것입니다.

그는 언제나 센 마음으로 人生을 솔직하게 대하고 굳세게 살았지요.

참말인지 오늘 내가 읽은 그의 시 한 편 읽어 보실래요. 편지라는 그의 시인데요.   

아버지 어머니, 어려서 간 내 다정한 영준이도, 하늘

나무 아래서 평안하시겠지요. 그 새 詩人 세 분이 그 동네로

갔습니다. 수소문해 주십시오. 이름은 趙芝薰, 金洙暎, 崔啓洛

입니다. 만나서 못난 아들의 뜨거운 인사를 대신해 주십시

오. 살아서 더없는 덕과 뜻을 저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자

주 사귀세요. 그 세 분만은 저를 욕하진 않을 겝니다. 내내

안녕하십시오.

아침 햇빛보다

더 맑았고

全世界 보다

더 복잡했고

어둠보다

더 괴로왔던 사나이들,

그들은

이미 가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