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벌써 4학년 9반이다. 아름다운 백향목의 숲을 건너 저 레바논의

카디샤 계곡에 잠든, 20세기의 예언자 칼릴 지브란이

주옥같은 예언자적 언어를 쏟아내고 허공으로 사라져버린 그 나이.

간혹 아내 봉혜가 당신은 5학년이라며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그래서인지 고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즈음 거리에 울려퍼지던, 

독특한 창법에 애절함 짙은 가객 조용필의 노래를 나는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고교졸업을 앞둔 휘경동 가을의 플라타나스잎에 얹혀 

귓가에 날아 들던 용필의 노래 '허공'은 입대하고서도 간혹 생각이 나던

그 시절 나의 젊은 방랑이 묻어나는 명곡이다.

노래방에서 그 노래를 몇 번 불러보려고 시도했건만 고음불가!

그런 허공을 나는 요즘 책에서 접하고 있다.

사람의 마음이 허공과 같다니.

수십 년 전부터 어느 지혜자는 마음을 허공처럼 생각하였다니,

허공은 저 위에 있는 것인데 맘을 비우면 허공과 같은 것이라니.

지혜자가 해지는 봄, 나를 향해 마음 그릇을 크게 하라 한다.

우리 맘은 지극히 큰 것으로 맘을 비워 놓으면 하늘나라가 들어온다고.

우리 마음에 하늘나라가 들어오지 못하면 맘의 가난을 면치 못하니,

여기 사는 것에 맛을 붙여 좀 더 살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

마음과 허공이 하나라고 하신다. 허공에 가라 하신다.

맘이 식지 않아 모르지 맘이 식으면 허공과 하나가 된다고,

허공이 마음이고 마음이 허공의 자리에 가면 그대로 그거라고.

오는 것도 가는 것도 아닌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