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모레가 설 명절입니다. 명절이 다가오면 반가운 이, 가슴아파 하는 이가 많이 있습니다.

홀로 명절을 지낼 독거노인들과, 아픈 사연때문에 부모와 함께하지 못하는 눈 맑은 어린이들과, 

머언 이국 땅에 시집 와 열심히 살고 있는 다문화가정과 그 자녀들에게, 

하나님의 나라와 안식이 임하기를 나는 기도 드립니다.

뒤를 돌아보니 어느덧 나에게도 효를 해야 할 세 분의 부모님과 장성한 두 아들이 있습니다.

이번 설을 앞두고는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더욱 납니다. 

오늘 같은 날 해남 현산의 일평리 신작로에서 기다리곤 했던 나의 아버지,

아버지는 해남 사람입니다. 해남에서도 땅끝 마을이 머지않은 송지면 사람.

아버지는 산골짜기와 산비탈 몇 마지기 논밭을 어느날 어머니에게 부탁하고는,

눈 내리는 겨울밤에 굴비가 맛있다는 영광의 영산포구에서 서울행 완행열차를 탔습니다.

아버지는 성북동 석산에서 돌 깨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너무 힘들었다며 회고하셨는데,

나는 지금도 김광섭의 시 '성북동 비둘기'를 읽을 때면 그 말씀에 눈시울을 적십니다.

얼마 전 돌 깨는 작업장의 사망사고를 전하는 뉴스에서도 아버지 생각이 났습니다.     

아버지가 탈지면(붕대)을 만드는 공장으로 자리를 옮기고는,쉴새없이 돌아가는 콘바이어벨트

소음과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안개같은 분진으로 폐는 멍이 들고 물이 차올랐습니다.

결국 훗날 작은 사고였건만 약해진 폐가 원인이 되어 아버지는 먼 길을 떠나셨습니다.

아버지! 리는 설 연휴가 시작되기 보름 전부터 일평리 차표 파는 가게 건너편에서,

병아리처럼 쪼그리고 앉아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희뿌연 먼지를 안고 멈춰 선 해남여객에서

설빔을 가득 담은 커다란 가방을 메고 당신이 내리기에는, 아직 이른 날이었건만 

우리는 당신이 오실 거라는 기별만으로도 정말 즐겁고 행복하였습니다.

아버지, 기억하시나요. 지금은 헐려서 없지만 아버지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과 집터를

당신의 손을 잡고 돌아본 적이 있었습니다. 뛰놀며 달리던 금강벌을 한없는 눈빛으로

바라보시던 그 얼굴이 떠오릅니다. 당신과 함께 했던 어린시절과 지금은 가고 아니계시지만

우리의 가슴과 생각 속에  아버지는 살아계십니다. 

아버지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내내 미안합니다.

당신의 자식이었음을 영원히 기뻐하고 또한 우리들은 하나님같이 당신을 그리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