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어나 보니 아직 해는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가는 겨울밤은 아침도 느린가 봅니다.

축구하러 가기에는 이른 시각이라 얼마 전 구입한 니체의 번역본을 집어 들었습니다.

당신은 구제역으로 매몰된 소에 대한 예의도 없느냐며, 곧 당신은 젖소가

될 것이라는 핀잔을 주는 나의 짝꿍 봉혜가 아직 잠에 빠져 있습니다.

마루에서 자는 봉혜 이마 위로 냉기가 느껴지지 않도록 몰래 냉장고 문을 열어,

아직 소량 남아 있는 플라스틱 병의 서울우유를 컵에 마저 따르고, 

'방랑자와 그 그림자'에 적힌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 글을 적어 봅니다.

그리고 나는 소유와 목표에 대한 균형을 생각해 봅니다. 

내가 사람의 탐진치와 짐승의 탐진치의 원뿔성질에 대해 비판을 거듭하지만,

사람의 소유욕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소유욕은 일을 하고 돈을 벌도록 종용한다.

그 돈에 의해 사람은 풍족한 생활을 누릴 뿐 아니라 인간적인 자유와 자립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소유욕이 정도를 넘게 되면 사람을 노예처럼 부리기 시작한다.

더 많은 돈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능력을 소모하는 나날이 증가한다.

소유욕은 끝내 휴식마저 앗아가고 그 사람을 구속한다. 그 사람이 지니고 있던

내면의 풍요로움과 정신적인 행복, 고귀한 이상과 같이 인간에게 소중한 것들이 무시된다.

어느새 물질적인 면에서는 풍족하지만 내면적으로는 빈곤한 인간으로 전락한다 

산을 오른다. 짐승처럼, 망설임도 없이, 땀범벅이 되어 정상을 목표로 오른다.

오르는 동안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질 테지만, 오로지 높은 곳을 향하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다. 그것이 여행이든, 늘 하는 일이든, 하나의 것만 탐닉하고 다른 것은 잊어버린다.

일의 경우에는 매출 향상만이 오직 단 하나의 목적인양 착각을 일으킨다.

그리고 언젠가 일하는 의미도, 마음의 여유도 잃고 이해타산적 행동을 중시하게 된다.

그 관점에서 인간적인 것조차 쓸모없는 짓이라 간주해 버린다.

그리고 결국에는 자신의 인생을 잃어버린다.

날이 샌 창밖에 서기 2011년의 봄비가 예쁘게 내리고 있습니다.

'우천관계로 금일 운동 쉼' 문자가 울립니다. 

오늘 나는 소유며 목표를 잊고 쉬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