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추운 겨울 지나고 봄이 왔다.

마당과, 길가 가로수에는 삐쭉 나온 잎눈이

잠망경처럼 세상을 주시하고 있다.

불화를 겪은적 있는 잿빛 직박구리들은 

화단의 산수유 열매를 치우며 자목련 가지에 앉아

나와의 화해를 청한다.     

나무들처럼 들판의 풀들처럼

산골짜기 하늘소처럼, 나두야 그럭저럭 지난 겨울을 잘 건너 왔다.

겨울이면 우울해하던 마음이 사라지고.

겨울 밤하늘이 춥기보다 시원하게 느껴진 것은 

5학년에 들어선 점도 있겠으나, 목욕과 샤워 끝의 몸알을

냉수로 씻었던 것이 큰 효험을 보았다.      

차가운 물속에는 봄빛이 녹아 있다.

몸은 물과 알아듣지 못할 대화를 순식간에 해댄다.

몸은 정신과 연결되어 있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다. 

모처럼 겨울을 잘 지내고나니 마음이 다져진다.    

에고와 권력이 군림하는 행동의 세계에서 관조와 활동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영성의 삶을

살아가야겠다는..

그리고 무력하고 매달리며 말 못하는 은혜바라기 존재

가 아니라 내게 주어진 세상에서의 작은 몫을

감당하고도 싶다.

어슬렁거리던 강기슭을 지나고 언젠가 죽음의 강을 건너

니르바나, 저 피안의 언덕에 이르고 싶다.

아,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