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질이 다른 사람끼리 만나면 친하게 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자연은 온갖 것들의 다양성의 통일이다.

서로 다른 것과 만났을 때 조화가 일어난다. 

퇴계와 율곡의 만남도 마찬가지다. 

어긋난 만남이었기에 한국유학의 다양성이 생겼다.

퇴계는 하늘을 지향하고 율곡은 땅을 지향한다.

퇴계는 어떻게 하면 천명을 부여 받은 인간이

하늘에서 받은 사명을 다할 수 있는가에 관심이 있었지만,

율곡은 현실에서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있었다.

퇴계가 유학의 전통적 자연관, 진리관, 학문관을 추구한다면,

율곡은 과학적 자연관, 진리관, 학문관을 추구한다. 

도학적 사유는 자연을 내면으로부터 바깥으로 전개되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과학적 사유는 자연을 표면에서 시작하여

내면으로 이해하려고 시도한다.

자연은 내외가 통일을 이룬 거대한 생명이다.

도덕을 통해 영원한 자연의 덕성을 이해하게 되고 과학을 통해

무궁한 자연의 사업을 이해하게 된다.

퇴계는 도학적 사유의 전형을 보여주고,

도학적 사유가 팽배한 시대 가운데서 율곡은 과학적 사유의

싹을 틔우기 위해 분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