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한양아파트 인근에는 오래된 목욕탕이 하나 있습니다.

주안 7동에서 이사 온 후로 줄곧 이용을 했으니

15년이 다 되어갑니다.

상호가 '대광탕'입니다. 이국의 아침처럼

첫째 셋째 주간의 수요일을 빼고는 목욕물을 데운 하얀 김이

주변의 하수구에서 스멀스멀 새나오지요.

지하 1층 입구에는 언제나 최씨 할머니가 앉아 있습니다. 

대광탕의 안주인.. 할아버지는 못 보았고 언젠가 나이든

딸을 본 것이 전부입니다.

작은 키의 엄지공주 할머니는 늘 붉은 립스틱을 바릅니다.

고향 탑동마을의 겨울 동백꽃 같습니다.

밝은 얼굴을 하고서 드나드는 고객을 향해

큰 소리로 인사를 해대지요.

수리 없이 그동안 여러 번 주인이 바뀌었는데 

시설은 그대로이지만 최씨 할머니가 들어와 안정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나는 목욕을 좋아하는 태음인인지라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새벽에 대광탕을 찾습니다. 근래 이런 저런 일들로 못 갔는데

다녀온 봉혜가 최씨 할머니 전갈을 갖고 왔습니다. 

왜 오지 않느냐고.. 

내일에 오면 공짜 목욕티켓을 한 장 주겠노라고.. 

어제 아침 휘익 대광탕에 갔더랬습니다.

창구 건너 문닫은 식당에서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새나옵니다. 

그 곳에서 맛있는 비빔밥으로 아침과 저녁을 해결하는데

밥을 비비다 뛰어나와 "그냥 들어가쇼" 했습니다.

간혹 최씨 할머니를 궁금해 하게 할까요..

생활의 기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