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커 J. 파머의 역저 「일과 창조의 영성」을 책장에 넣기 전

꼭 적어놓고 싶은 대목이 있습니다.

예수의 오병이어 이야기에 대한 그의 해석이지요..

사건은 예수와 그의 제자들이 관조를 추구하려고 할 때 오히려 발생합니다.   

너희에게 빵이 얼마나 있느냐? 가서, 알아보아라.

제자들은 예수의 지시를 따르지만 그들이 가져온 물품 명세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사실 제자들은 사람들이 제각기 저녁을 사 먹기를 원했을 뿐 아니라

예수가 그들을 은근히 흩어버리기를 원했습니다. 

제자들은 5천 명의 군중이 제각기 개별적으로 부족한 양식을

위해 경쟁하기를 바랐던 것이지요..

그러나 예수는 망설이지 않고 군중을 소그룹으로 풀밭에 앉게 합니다.   

100명씩 혹은 50명씩. 그리고는 빵과 물고기를 들어 축복한 뒤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건네며 나눠주게 합니다.

결과는 모든 사람이 만족히 먹고도 열두 광주리가 남았다지요..

이 이야기를 우리가 초자연적인 예수에만 해석의 초점을 맞춘다면

그것은 타인에 대한 우리의 인간적인 책임을 회피하게 하는

것이라고 파커 J. 파머는 주장합니다. 

그 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그 일은 우리가 오늘을 사는 현실 세계에서의 행동과 풍요에 관해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요?

광야에서 악마의 도전을 받았을 때 마술로 빵 만들기를

거부했던 예수가 갈릴리 호숫가에서는 슬쩍 마술을 부렸던 것일까요?

그의 기적은 5천 명이나 되는 익명의 군중을 더 작은,

얼굴을 마주하는 공동체들로 나누는 단순한 행동으로 시작이 됩니다. 

예수가 군중의 익명성을 인간적인 집단들의 에너지와 인격성으로 대치할 때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우리는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여러 차원에서, 그리고 여러 방식으로 고립돼 있던 개인들이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유기적인 공동체로 변모하는 것이지요.

예수가 제자들에게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말한 것은 

예수는 제자들이 군중에게 줄 선물, 즉 비축된 식량이나 상업적 거래에

의존하지 않는 그런 선물이 그들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려고

애쓰는 듯합니다.

성경은 빵과 물고기가 예수의 손을 떠나는 순간에 마술처럼

증식되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예수와 제자들이 자기네 손에 있는

적은 양식에 대해 감사하고 그것을 먹고 싶은 사람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솔선수범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예수와 제자들의 행동을 보며 소그룹으로 모여 있던 사람들도

서로 나눌 수 있는 양식이 자기 손에 있음을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아마 그들은 감동을 받아서 그들의 부족한 자원을 축적하기보다

예수와 제자들의 관대함을 본받게 되었을 것입니다. 

관대한 본보기를 보고 불이 붙은 공동체를 통하여

별안간 결핍이 풍요로 변모한 것이지요. 그것은 마술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사람들의 살아 있는 만남을 통해 발생한 사태이지요..

이야기는 모든 사람이 다 배부른 상태로 떠나갔다고도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모두 먹고 만족했다고 말합니다. 

결핍의 문화는 불만족을 바탕으로 번창하고 불만족을 낳습니다. 

우리가 충분히 소유하고 있음을 믿기를 거부하는 태도가

경쟁을 낳고 국내에서와 전 세계적으로 자원의 불공정한 분배를

초래하는 것은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