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다. 간밤 악몽을 꾸었다.

악몽이라기보다 왜 그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정리되지 않은 마음이나 품고 있는 감정의 자기학대일 수도 있다.  

이집트군이 북한을 경유해 남한을 침공

서울 가까이에 이르렀다는 소식을 반갑지 않은 사람에게서 들었다.

황당하지 않은가..

옷가지며 집으로 급히 돌아가기에 필요한 트렁크를 받아 

서둘러 소란스런 장소를 나와 차를 몰았다.

그 곳이 어디였는지는 모르겠다.

피난살림처럼 옷가지며 트렁크를 실은 차는 두 대를 앞에 두고

좌회전 신호를 받지 못한 채 도로에 남겨졌다. 

나는 군집의 어느 넓다란 실내에 가 있었다.

피난막사 같기도 했다.  

차에 실려진 옷가지는 피난민의 것들과 비슷한 것들이다.

옷가지를 찾으러 자동차가 세워진 차로로 가보았으나

자동차는 누군가 가져가고 없었다.

내 옷들을 누군가 입고 있거나 자기 것인양 늘어놓은 것이 없는지

찾았으나, 딱히 내 것이라고는 눈에 띄지 않았다. 

부르짖다 꿈을 깨었다. 

매우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평화와 안식이 찾아 왔다. 내 안에 숨어계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이 지구는 하나님이 거하시는 공간이요 시간이다.

무척이도 사랑하는 땅이고, 다스리시는 하나님 나라 이어서

그 사실을 잘아는 자들의 위험성.  

파커 파머의 표현처럼 우리를 비롯한 모든 피조물들이

하나님의 손과 발이라서 우리의 능동적인 협조가 없으면

하나님의 풍요로움은 이용되지 않은 채 언제나 가능성의 영역에만

남아 있음을 알기에 그들은

적절히 하나님과 타협하며 세상 사람들이 모르는 특권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은 혹 아닐까..

지은 죄를 회개하면 언제나 말끔히 용서받는 줄도 잘알기에 

행동은 그토록 대범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요즘 하나님을 안다고 하는 사람들이 무섭다.  

박노해 시인의 '매일을 불태우니 오늘 죽어도 좋다.' 는

지금도 몸살림 가난한 그의 고백이 왜 그리 좋은지..

자꾸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