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흐리다. 잿빛이다. 항상 맑은 날만이 좋은 것인가?

흐린 날씨도 필요하다. 

구름 너머에는 태양이 빛날 것이다. 

눈덮힌 용담구장에서 축구를 하고 돌아왔다.

눈과 얼음은 축구화 바닥에 엉겨붙어

자칫 발목을 삐일 뻔도 했다.

사나흘 영동 지방에 50센티가 넘는 폭설이 내리고 있다.

눈은 마을과 산과 들, 이웃 집으로 가는 길목을

덮어버렸다.

분단된 강원도가 하얀 눈으로 통일이 되었다. 

어제 개막한 러시아의 소치 동계올림픽을 시청하려면

위성안테나는 무사해야 할 텐데..   

잿빛 하늘에도 봄기운이 감돈다. 

창밖을 바라보며 토머스머튼의 일기와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가 쓴 나이 듦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창틀에 베개를 끼우고 그 위에 다리를 올려 놓은채,

유리창 너머로 오가는 사람들과 차들의 이동을 살피며 읽는

저녁노을의 독서와 사색은 제법 맛이 있다.

방금 산수유가지에 들렀다 날아간 직박구리도 싫지 않다.

한 아메리카 인디언 원로의 말이 이렇게 전해지고 있다.  

나이 드는 내가 좋아졌으면 한다. 

인생을 길게 뻗은 선으로만 보고, 양쪽 끝에

있는 어린이와 노인은 약하고, 가운데 있는 사람만

강하고 능력있는 사람으로 본다면, 

어린이와 노인 속에 감춰진 중요한 가치를 놓치고 만다.

어린이와 노인은 서로 다른 차원의 선물이다.

노인에게는 경험에서 얻은 지혜가 있다.

인생의 먼 길을 여행해 왔기에 우리 앞에 놓인

길에 관한 지혜를 들려줄 수 있다. 우리가 배우려는 것을

그들은 이미 삶으로 살았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나이 든 이에게 선물이고, 나이 든 이는

어린이에게 선물이다. 아침과 저녁이 하루를 완성하 듯

어린이와 노인이 인생의 여정을 완성한다.